내셔널 지오그래픽 코리아 201004

 

 

 

 

 

우주

 

 지구 밖에도 물이 있다. 지난해 달에서 얼음이 발견된 것처럼 태양계에서 지구에만 물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행성의 위성들에 물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토성의 위성인 엔켈라두스에는 증기를 뿜는 간헐천이 있어 갈라진 지표 가까이에 액체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 목성의 위성인 에우로파의 표면 얼음층 밑에는 지구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양의 물을 수용할 수 있는 바다가 있을 수도 있다.

 

 

 

 

과학

 

 물 딛고 물 넘기. 사람의 눈엔 잔잔한 연못 수면이 매끄러워 보여도 물위를 걷는 곤충에겐 험난한 여정이다. 수면에 낙엽이나 잔가지가 닿으면 수면이 약 0.64cm 부푼다. 위로 휜 수면이 초승달을 닮았다고 해서 이런 현상을 그리스어로 달이란 뜻인 메니커스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나뭇잎에 알을 낳거나 천적을 피해야 할 때 메니커스가 앞을 가로막고 있다면 이를 어떻게 넘어갈까?... 소금쟁잇과 곤충을 고속촬영한 영상을 보면 녀석은 메니커스에 접근한 뒤 몸 아래 있는 수면을 변형시킨다. 트램펄린에 올라서면 몸이 튕겨 오르듯이 곤충이 수면을 변형시키면 수면에는 더 큰 반동력이 생긴다. 곤충들은 이 힘을 받아 메니커스를 타넘어 천적으로부터 무사히 도망치는 것이다.

 

 

 

 

물은 생명이다

 

 지구에 존재하는 수분의 양은 변하지 않고 늘 일정하다. 수백만 년 전에 공룡들이 마셨던 물은 오늘날 비가 되어 내린다. 그러나 과연 갈수록 늘고 있는 세계 인구를 다 먹일 만큼 물의 양이 충분할까?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 사는 가구의 40%가 가장 가까운 수원에서 30분 이상 떨어진 곳에 살고 있고 이 거리는 날이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호주의 농부들은 강우 양상이 바뀌어 남부에 내리던 비가 바다로 옮겨 가면서 어찌 해볼 도리가 없어졌다. 자기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가다가 댐과 맞닥뜨린 연어는 다른 경로를 찾을 방도가 없다. 우리는 모두 전력을 다해 역경을 헤쳐나갈 각오를 해야 한다.

 

 

 우리는 대수층에서 물을 퍼올리고 강의 물길을 바꾸었다. 세계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여러 나라에서 지하수면의 수위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예금을 과다 인출하듯 물을 지나치게 뽑아 쓴 것이다.

 

 

 현재 에콰도르는 강과 삼림을 단순히 자산이 아닌 번영을 추구할 권리를 지닌 존재로 보고 이를 지킬 수 있도록 세계 최초로 자연에 권리를 부여하는 헌법을 제정했다.

 

 

 미국인들은 가구당 매일 약 380리터의 물을 소비한다.

 세계 각지에 사는 수백만 명의 극빈자들은 19리터도 안 되는 물로 연명한다.

 세계 인구의 46%는 집에 수도가 없다.

 저개발국의 여인들은 물을 구하기 위해 평균6km를 걷는다.

 15년 후에는 18억 명이 물 부족 현상이 심각한 지역에 살게 될 것이다.

 

 

 

 

 

 

대해빙

 

 벌써부터 물 때문에 아귀다툼이 벌어진다. 이곳 빈민가에서는 하루 1시간밖에 물이 나오지 않는데 물이 나오는 몇 안 되는 수도꼭지 하나 주변에서 남자가 새치기 하는 여자의 얼굴을 때려 시퍼렇게 피멍이 들었다. “눈만 뜨면 물 가지고 싸우는 게 일과예요.” 이 소동을 지켜보던 점쟁이 카말 바테는 말한다. 대개 소리지르고 삿대질하는 정조지만 사람이 죽기도 한다. 얼마 전 인근 빈민가에서는 10대 소년 하나가 새치기를 하다가 맞아 죽은 일도 있었다.

 

 

 수자원 분쟁이 국경을 넘어 확산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중앙아시아는 벌써부터 긴장이 감돌고 있다. 빈곤하지만 빙하가 많은 국가들(타지키스탄, 키르기스탄)이 언젠가는 원유는 많지만 물이 부족한 이웃 나라들(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타, 투르크메니스탄)로 흘러 들어가는 물줄기를 막아버릴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신성한 물

 

 육체는 목마르다. 영혼도 목마르다. 인간의 정신 세계를 깊이 탐구했던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칼 융은 무의식의 세계를 물에 비유했다. 그는 이렇게 적었다.

 

 

 

 

 

 

물 부족, 삶을 짓누르는 고통

 

 케냐 북부 가브라 족 여인들은 무거운 물통을 짊어지고 하루 다섯 시간이나 발품을 팔아야 한다. 그나마도 더럽고 탁한 물이다. 가뭄이 길어지자 그렇잖아도 건조한 이 지역은 물이 모자라 허덕이고 있다.

 

 

 몇 시간씩 발품을 팔아 물을 길러 다니다 보면 물 한 방울도 아껴 쓰게 된다. 미국인들은 하루 평균 집에서만 375리터의 물을 쓴다. 비나요는 9리터로 해결한다매일같이 물을 짊어지고 산꼭대기까지 오르는 사람들에게 씻는 습관을 들이라고 설득하기가 아주 난감하다비나요는 하루 한 번 정도손을 씻는다고 한다. 옷은 일년에 한 번 빤다. “마실 물도 모자라는데 어떻게 빨래를 하겠어요?” 비나요가 대꾸한다.

 

 

 

 

 

치수와 생태 복원을 동시에 노리는

캘리포니아 드림

 

 델 보스크는 농부의 입장에서 이렇게 말한다. “농부들은 웬만한 고난은 견딜 수 있어요. 홍수나 가뭄, 농산물 가격 하락, 정부의 불필요한 규제 따위는 견딜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물이 없으면 도저히 견딜 재간이 없지요.”

 

 

 

 

 

 

요르단 강을 둘러싼 물 분쟁

 

 그의 집 창 밖을 내다보니 바싹 마른 황토색 계곡을 지나 멀리 요르단 강가의 푸른 초지가 보였다. 요르단 강물이 손에 닿을 듯했다. “하지만 저기까지 가려면 전기 철조망을 뛰어넘고 지뢰밭을 지나 이스라엘 병사들과 싸워야 합니다.” 살라마가 말했다. “물 전쟁을 시작할 수밖에 없어요.”

 

 

 

 

 

 

마지막 한 방울까지

 

 한국은 물이 부족한 나라가 아니라 물 관리가 부족한 나라다.

 

 

 물 관리를 중요시하는 한국인의 정신은 마을 이름을 지칭할 때 쓰는 마을 자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은 물 자와 같을 자가 합쳐진 글자다. 같은 물을 쓰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라는 뜻이다.

 

 

 

 

 

일제 치하 은자의 나라

 

 한반도의 면적은 플로리다 반도의 고작 절반에 불과하다. 플로리다와 달리 한국에는 산이 많다. 어떤 지리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을 다리미로 납작하게 편다면 아마 지구를 덮고도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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