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빛,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살림, 2010(초판 1쇄)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라자루스와 시몬의 눈이 촛불의 불빛 속에서 순간적으로 마주쳤다. 시몬은 그 눈에서 고독하게 보낸 세월의 흔적을 읽을 수 있었다. 그녀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그림자였다. 그것은 표류하고 있는 배들이 밤에 만난 격이었다.
그날 밤 저녁식사는 짧았다. 저녁식사의 주인은 침묵과 길을 잃은 시선의 의식이었다.
“그리고 내 생각도 하고 있었겠지. 이런 상황에서도 배가 고프다는 게 이상하지 않아?”
“아니야, 전혀 그렇지 않아. 공포보다 식욕을 돋우는 건 없어…….”
이스마엘이 농담하는 여유를 부렸다.
핏줄이 벌겋게 선 그의 눈은 무척 피곤해 보였다. 피로라는 잔인한 질병에 걸린 남자의 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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