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나요 거기 누구 이렇게 비가 오는데
들릴나요 거기 누구 이렇게 비를 맞으며
나는 비를 맞기 위해 태어난 사람인 것처럼
비가 내리면 감춰졌던 가슴 구멍이 열리죠
잠을 자지 않아도 살 수 있어요 비가 내리면
조급한 일주일은 지나갔죠 비가 오는 동안은
내일이 오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내 눈에 보이는 시계와 숫자는 비에 닿으면 사라지죠.
결국은 만두를 태워먹었다는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결국은 코털깎는 기계는 건전지 부족이 아니라 망가진 거였다고 얘기하고 싶은데
들어줄 사람은 비밖에 없네요. 그러니 비가 얼마나 고마운지요.
요즘은 라디오도 제 말만 하지요. 금지곡이 있던 시절 어떤 디제이는
밤이 새도록 금지곡만 틀기도 했었다는데 그 금지곡을 들으며 해가 떴다는데
깜빵과 폭력보다도 더 무서워진 건가요 자본주의는
오늘 비에 가려져 그나마 덜 보이네요.
숨을 크게 들이쉬고 외로움에 맞서야 해요.
단단히 준비하고 외로움의 펀치를 빨간 눈으로 견뎌야 하죠.
언젠가는 당신도 이런 부끄러운 글을 쓰게 될 거예요. 외로움과 싸우다 보면.
아 그렇다고 매일 싸우는 건 아니니 안심 하시길.
함께 있어 좋을 때도 많아요. 삶이란
외롭지 않아서 더 두려울 때도 있는 법이죠.
다만 젖은 이불이 무거워지듯 비가 내리면 외로움이 좀 더
무겁고 축축하게 내리누르는 법. 그것은
몇 번의 비가 지나고 나서 가을이 오는 것처럼 자연스런 일이죠.
조급한 사람이 일을 망치는 법이지만
조급한 사람이 일을 망치는 법이라고 떠들고 다니는 건
늘 용기 없어 아무 것도 해보지도 못한 사람들이죠. 바로 나처럼요.
몸은 저기 길바닥 혹은 비가 들이치는 지하도에 세워두고
머리만 둥둥 떠다니는 사람. 여봐요, 하고 말하기 보다
매번 텔레파시만 보내보다 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비를 보면
황홀해 지죠. 저건 근냥 몸이고 저건 그냥 행위니까요.
난 여행을 갈 거예요. 오늘 배낭 하나를 주문했고
여행 안내책도 한 권 샀죠. 호치민의 나라, 배트남.
우리 아버지는 지금도 월남전의 무용담을 얘기하시죠.
나쁜 짓 많이 했을 거예요, 우리 아버지들, 월남에 가서.
거기 요즘 우기라 하루 한 번쯤 비가 내린 다죠.
잘 됐 다. 하는 마음으로 가방을 쌀 거예요.
나는 내가 남의 나라가 시켜서 남의 나라에 전쟁 갔다 와서
잘 났다고 떠들어대지 않아도 되는 시대에 태어나서 고마울 뿐이에요.
그런 시대에 살게 되어, 그런 아버지를 회피할 수 있어 다행이에요.
그 댓가로 견뎌야 하는 게 이 외로움이다, 라고 억지로 가져다 붙여 놓으면
견딜만 하죠, 이 외로움. 들리나요, 배트남.
거기에도 가져 갈 테니까.
난 가끔, 하지만 남들이 볼 때는 자주일 지도 몰라요
포르노를 보죠. 거기선 항상 여자들만 소리를 질러요.
여자들의 신음 소리를 한참 동안 듣고 있다보면 내가 대신 소리를 질러주고 싶어요.
악! 악! 악! 악! 악!
여자들의 신음 소리를 들으려고 컴퓨터 스피커에 귀 기울이는 남정네들 귀에
악! 악! 악! 악! 악!
괜찮은 거죠? 원래 한 사람이 한참 총을 갈기고 있을 때 옆 사람은 잠시 쉬는 거예요.
내가 박격포처럼 소리 지르고 있을 때 포르노 여배우들도
그들의 목소리 음파장 발음기호들도 잠시 쉬는 거죠.
이제 그만 정돈해야겠어요. 내가 음악가였으면 지금 무슨 곡을 치고 있을까요?
지금 이런 얼굴을 가리고 발끝으로 쓰는 글씨들 대신무얼 연주하고 있을까요?
오랜만에 찾아온 연인이 창밖에서 톡톡 토도독 문 두드릴 때
어떤 표정 지을까요? 지금의 나보다는 더 잘 과연 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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