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3- 자극
베트남 D-8
7월 23일 금요일
월급이 들어왔다. 약간 든든해졌다.
살려고 하는 데로 살아지지 않는 것처럼
손 글씨 노트를 평소 작성하려는 노력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 여행일지를 쓰며 체감한다.
손과 손가락과 손목과 그를 조종하는 어깨와
뇌의 한적하던 어느 곳까지 어색하고 저리다.
이틀 전 산 샌들을 어제 하루 신었더니
금새 발등 한 곳이 까져버린 것처럼.
뇌나 혹은 어느 감각이 어색한 자극에 약간의 고통과
미식거림을 선사한다.
게다가 이 말투, 이 문장.
뭔가 남의 몸과 혈관을 쥐어짜내 튀어 나온 것처럼 어색하다.
작년 여행 때도 느꼈지만,
나는 내가 그렇다고 생각하는 나와는 다르다.
평소와 다른 자극을 통해 이를 발견한다.
여행 징크스가 있는데
꼭 내가 한국에 없는 기간에 꼭 보고 싶은 영화가
개봉한단 것이다. 이안 감독의 신작 <우드스탁 패스티벌>이 그렇다.
상영 기간도 딱 10일에 상영관도 아트하우스 모모밖에 없어서
(나중에 찾아보니 광화문 씨네큐브도 하더군-_0)
여행 전날인 금요일 저녁에 보거나
돌아오는 일요일(새벽 5시 도착)에 봐야 한다.
또 내 개인적으로 매우 맘에 들었던
낚시바늘처럼 가슴을 후비고 들어왔던 영화
<열혈남아>의 감독이 새로 만든 영화
<아저씨>도 그때쯤 개봉한단다.
그리고 이건 딴 얘기 –
근래 들어 느끼는 건데
영화와 책을 그냥 끊임없이 계속 보고 읽다 보니까
뭘 봤는지 기억이 안 난다.
나중에 책꽂이에 꽂힌 책이나 스크립트 해둔 영화표를 보면
아, 이런 영화도 봤었구나- 한다.
보는 양을 줄이더라도 곱씹으며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