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장미의 나날, 이종학, 시공사, 2010(초판1쇄)
누군가 인생 최고의 전성기는 원하는 만큼 마시고도 다음날 멀쩡할 때라고 했는데…
일본이 한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와인 가격이 싸다. 일반적인 환율로 놓고 생각하면, 놀랍도록 일본의 와인이 저렴하다. 일본의 물가나 소득수준을 감안하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다. 이런 와인 값의 차이는 한일 양국이 와인에 대해 물리는 세금 방법의 차이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와인에 세금을 매길 때 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반면, 일본은 리터당 매긴다. 즉 비싼 와인이건 싼 와인이건 용량에 따라 일정한 세금만 내면 문제없이 통관되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중요한 파티에 쓸 와인을 사러 당일치기로 일본에 갔다 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 시대에도 인간은 술을 마실까? 아마 음악이며 문학이 존재하는 한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술의 형태는 지금과 다를 것이다. 마치 우주선에서 승무원들이 먹는 영양식처럼, 음식의 형태도 변하고 술도 바뀔 것이다. 지금 마시는 와인처럼 포도나무를 성장시켜 열매를 따고, 그것을 으깨서 자연적으로 발효시키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알코올 성분이 들어 있는 캡슐의 형태로 만들어져 주량에 따라 한두 알 삼키지 않을까. 술을 제조하기 위해 곡물을 사용한다는 낭비는 도저히 있을 수 없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생각하면 이 시대에 태어나 별 볼일 없는 인생을 보내고는 있지만, 이렇게 좋은 와인이며 위스키며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행복한 일이지 싶다.
“진짜 명화는 보는 순간 그리워진다.”
어느 일본의 영화 애호가가 이런 말을 했는데,
미국의 수필가 멩켄이라는 사람은 약 180억 개의 칵테일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대 앞 클럽들과는 달리 도쿄에서는 클럽 출입에 나이 제한이 일절 없다. 아니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그렇다. 물론 복장 제한도 없다. 자기가 입고 싶은 대로 와서, 자기가 듣고 싶은 음악을 듣고, 자기가 놀고 싶은 대로 놀고 가면 그만이다.
왜냐하면 클럽은 해방구이기 때문이다. 해방구는 오로지 20대만 필요한 게 아니다. 60대라도 오고 싶으면 된다. 들어와서 잘 놀고 가건, 혹은 외면당하건 순전히 그의 문제다. 처음부터 차별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여기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한 살만 나이가 많아도 바로 선배 행세를 하려는 우리의 문화가 역으로 조금만 나이가 들면 배척하려는 역작용을 낳지 않는가 싶다.
과연 뉴욕은 재즈의 수도.
혼자서 이 무거운 것을 3층까지 어떻게 날랐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아득하지만, 어쨌건 공짜라는 것은 참 무섭다.
이렇게 로버츠가 갖춰지고 나니 국가에서 공짜로 들려주는 베토벤이며 로시니며 파바로티며 베를린 필을 듣게 되고(게다가 미국 정부에서 제공하는 비틀즈와 레드제플린과 롤링스톤스까지!), 그즈음 되면 이 세상에 별로 부러울 게 없다.
맥주의 역사에서 호프의 출현은 큰 이벤트이다. 덕분에 독일의 바이에른 지방에서는 1516년 ‘맥주 순수령’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물, 보리, 호프, 효모의 4가지 요소만 갖고 맥주를 만들라는 것이다. 이것은 이른바 전통적인 방식의 제조법으로, 흔히 ‘에일(Ale)공법’으로 부른다.
이런 맥주 제조법에 일대 혁명이 온 것은, 1842년 오스트리아의 보헤미아 플제니 지역에서 개발한 ‘라거(Lager)공법’이 등장하면서다. 플제니는 지금의 체코 지역으로, ‘필스너(Pilsner)’라는 말은 바로 이 지역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럼 라거와 에일의 차이는 뭘까? 의외로 간단하다. 에일이 상면발효인 반면, 라거는 하면 발효다. 맥주 표면에 효모가 거품층을 형성하는 것을 상면발효라고 한다. 하면발효는 맥아즙에서 초기에 요란한 발효가 끝나면 효모가 양조통 밑바닥으로 가라앉는 것을 말한다.
라거는 대개 섭씨 3도에서 관리된 만큼, 12.2도에서 서빙되는 에일에 비해 확실히 강점이 많다. 그러나 맥주의 다양성을 심각하게 침범했다는 점에서는 정말로 문제가 많다. 실제로 에일을 지지하는 영국의 전통주의자들은 라거에 열광하는 미국인들을 빗대 이렇게 빈정거린다. “미국 맥주가 왜 차가운지 알아? 안 그러면 오줌과 구별이 되지 않잖아.”
리드 벨리는 블루스 음악의 초창기 인물로, 재즈사에 등장하는 시드니 베세(Sidney Bechet)나 킹 올리버(King Oliver)처럼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뜻하지 않게 범죄에 연루되어 살인죄로 기소당해 무려 35년의 징역형을 받은 것도 놀랍지만, 복역한지 2년 만에 풀려난 스토리는 더 놀랍다.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텍사스 주지사 앞에서 노래한 것이 주지사의 마음을 움직여 특별 사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생맥주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맛이 상한다. 생맥주는 잔에 따르는 기술 또한 중요하다. 일본에는 생맥주를 따르는 장인까지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생맥주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야구장에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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