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묘미

 

 

우울함의 끝에서 시가 온다고 믿었던 때가 있다.

우울함의 끝에서 시가 온다고 믿었던 때는

그러므로 그랬다.

늘 오늘 같았다.

눈을 감고 우울함의 꼭지를 쓰다듬다

사방이 다 꼭지처럼 찔러왔다.

오랜만에 그때처럼 우울함에 빠져보니

하루가 무기력하고 어렵다.

우울함의 끝을 가지 못했던지

우울함의 끝이 시가 오는 길이 아니었는지

변변치 못하게 우울함을 쫓던 일을 관두고

변변치 못하게 그냥 산다.

그러다 우울함이 왔는데

왠걸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겠는 걸.

안 피던 담배나 끊어 피우고 가슴을 두드려본다.

우울함과 인내는 어머니와 나의 숙명.

어머니는 인내 속에 암을 틔워 돌아가셨고

내가 물려받은 것은 슬픔

만은 아닐 것이다.

오늘따라 하루가 어렵다.

어려워서 스킵하고 싶은 하루다.

그럴 수 없다는 게 또 삶의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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