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자다 깼을 때
운동장에 가을이 저지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다
짙녹색 지퍼를 목끝까지 올리고
말할 땐 이슬이 툭툭 털렸다
연애 해 본적 없는 남자끼리
잠 덜 깬 운동장 등짝을 밟으며
마주 섰을 땐
알 수 없는 감동에
떨어져 죽은 새도 있었다
산자락 안개를 들추면
떨어뜨린 가을의 멘트가 적혀 있을 지도 몰라
손을 헤집으며 뛰다 돌아오면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일어났다
잔뜩 헝크러진 입술로
뭐야 춥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