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책 2권, 오르한 파묵, 민음사, 2009(1판3쇄)
그는 자신이 빈집처럼 쓸쓸하게 느껴졌다,
-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
“만약 내가 그라면, 왜 나는 아직도 그를 찾고 있는가?”
왜 남자가 우는 모습은 그토록 우리를 당황하게 하는가?
친숙한 얼굴, 그러니까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지도에서 전혀 알지 못하는 어떤 나라를 발견하는 공포와 혼란의 느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 행복한 시절에는 손에 잡히는 모든 물건, 기구와 컵, 단검과 연필은 단지 우리 몸뿐만 아니라, 우리 영혼의 연장선이라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우리 나라에 이렇게나 가난한 사람이 많은 이유는 사람들에게 부자가 되는 법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가난한 삶에 만족하는 법을 가르치기 때문이었다.
당신이 읽는 부분은 당신 얼굴의 텍스트를 해석한다.
- 니야지 므스리, 『디완』
한참 후 “날 기억하겠습니까?”하고 노인에게 물었다.
“물론 기억하지! 자네도 내 기억의 정원에 있는 꽃이니까. 기억은 정원이다, 누가 한 말이지?”
나는 쉼표와 함께 달렸고, 마침표와 함께 멈추었으며, 느낌표에서 놀라 울음을 터뜨렸다!
“이 눈은 무엇의 전령일까요?”
“난 당신을 죽이겠소. 당신을 죽이겠소. 당신 때문에 한 번도 나 자신이 되지 못했소.”
“사람은 절대 자기 자신이 될 수 없소.”
갈립은 불가사의 속에서 눈물을 흘렸다. 알면서도, 안다는 것을 모르는 곳에 있는 것 같았다.
“우리들 그 누구도 우리 자신이 아니야. 우리들 그 누구도 우리 자신이 될 수 없어. 너는 모든 사람이 너를 다른 사람으로 볼 수도 있을 거라고 의심한 적이 전혀 없어? 너는 네가 너 자신이라는 것을 정말 확신하고 있어? 확신한다면, 너 자신이라고 확신하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에 확신하고 있어?”
평생을 제국의 왕위에 오를 날만 기다리며 사는 사람은 어차피 누구나 미칠 운명이었다. 왜냐하면 같은 꿈을 꾸며 기다리던 형들이 미치는 것을 본 사람은 누구나 미치는 것 혹은 미치지 않는 것이라는 딜레마에 빠질 것이기 때문에 미칠 수밖에 없다.
조상과 선조가 왕위에 오르자마자 다른 형제를 어떻게 교살했는지, 그 기다림의 세월 동안 한 번이라도 이런 생각을 한 왕자들은 어차피 미치지 않고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독살되거나 교살되거나 살해되어서 자살로 가장될 날을 기다리면서 왕자들은 미쳐 갔고, 그것은 바로 ‘나는 경쟁에서 빠지겠다.’라는 의미였다.
그들의 사랑은 편하게 해 주기보다는 숨 막히게 한다. 그들은 자신도 생각이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말을 한다. 흥미로운 사람이라고 믿게 하려고 이야기를 한다.
왕자는 긴 의자에 누워 “어젯밤 꿈에서, 먼 나라에 있는 울창하고 어두운 숲 속에서 나를 기다리는 어머니를 보았다. 커다랗고 붉은 물병에서는 물이 보자처럼 천천히 쏟아졌다. 그때 나는, 내가 평생 나 자신이 되기 위해 고집을 피웠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라고 받아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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