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눕, 샘 고슬링, 한국경제신문, 2010(제1판10쇄)
동물이 머물거나 지나간 자취는 풀밭의 짓눌린 흔적이나 발자국, 배설물 따위로 알 수 있다. 반면 하룻밤 어느 방에 묵어간 사람은 자신의 성격, 인생, 최근의 행적 그리고 가끔은 자신의 미래 계획과 희망까지도 자취로 남긴다.
심지어 마치 그의 성격이 벽으로 스며들었다가 천천히 흘러나오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가 주위에 물건을 늘어놓거나 주변 환경을 꾸미는 것의 대부분은 정체성에 대한 메시지를 표현하려는 목적이라기보다, 엄밀히 말해 우리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조절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감정 조절 장치(Feeling Regulators)’라고 말한다.
맥애덤스는 성격심리학자들이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다. ‘어떤 사람을 안다는 것은 진정으로 어떤 의미인가?’
그저 안면이 있는 사람들과 정말 친하게 지내서 그 사람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떠올려보라. 하지만 막상 이 두 그룹을 명확하게 구분 짓는 요소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쉽게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 사람을 만난 첫날에는 몰랐지만 천일이 지난 후에는 알게 되는 그런 것들은 구체적으로 과련 어떤 것들일까? 맥애덤스는 이 질문에 대해 훌륭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어떤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은 친밀감의 각기 다른 세 간계를 거치는 과정이라고 그는 말한다.
5대 성격 유형(개방성∙성실성∙외향성∙동조성∙신경성)은 이 첫 단계의 특성들을 묘사한다.
두 번째 단계인 ‘개인적인 관심사’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개인적인 관심사들은 특성들만으로는 알 수 없는 전후관계를 포함한 정황적인 세부 정보를 제공한다.
그 사람의 특성과 개인적인 관심사들을 파헤치고 나면, 이제 성격의 근원적인 기반에 부딪치게 된다. 바로 정체성이다. 맥애덤스는 그가 주창한 마지막 3단계를 이렇게 표현한다.
“재구성된 과거 그리고 지금 보고 있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예상을 통합해 삶의 일관된 통일성과 목적, 의미를 제공하는 자기 내면의 이야기.”
자기를 믿어주지 않는 이들과 싸운다는 이 주제는 그를 이끌고 있으며 앞으로도 행동의 지침이 될 것이다…
코네티컷대학의 심리학자 제퍼슨 싱어(Jefferson Singer)는 이런 종류의 사건을 ‘자기 정의의 기억들’이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이런 기억들이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여러분이 어떤 사람인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먼저 연주를 하고 나서 무슨 곡이었는지 말해주겠소.
- 마일즈 데이비스
필리파 할스만(Philippe Halsman)의 ≪점프 북(Jupm Book)≫이라는 사진집이다…
이 책이 매혹적인 이유는 유명 사진작가 할스만이 의도했던 대로 사진 속 인물들의 도약하는 모습이 그들의 성격을 무심결에 그러나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점프 북(Jupm Book)≫의 핵심은 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행동에서 각자의 성격이 드러난다는 생각으로부터 출발한다. 할스만은 공중으로 점프하는 그 자세가 마치 성격을 보여주는 표상과 같다는 생각에 매혹된 나머지 점폴로지(Jumpology, 도약학)라는 용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폴허스는 이런 자기방어적인 행동을 통해 그들이 지속적으로 자기기만을 유지해나간다고 생각했다. 그들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불쾌하게 응대함으로써 자아도취형 사람들은 상대방이 꼬리를 내렸기 때문에 자기가 옳은 것이 분명하다고 확신한다.
그의 고전 ≪일상생활에서의 자기연출(The Presentation of Self in Everyday Life)≫에서 고프맨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연극배우와 같다고 말한다. 우리는 주어진 역할을 맡아서 그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므로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우리가 하는 말은 연극대사 같은 것이다.
이 이론은 우리가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지와는 상관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봐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만약 누가 스스로를 창의성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부정적이라고 생각한다 할지라도 자기 스스로를 창조력이 없는 사람으로 보이게끔 한다는 것이다.
약속시간에서 1분이 지난 뒤에 도착한 것은 스위스 사람에게는 지각으로 인식되지만 브라질에서는 일반적으로 용인된다.
개방성이 높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독서량이 더 많고, 도서관이나 미술관에 가는 횟수도 더 많으며, 다른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에 가는 사람은 더 적은 편이고 특허출원율도 높으며 섹스와 마약에 있어 진보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수많은 심리학 연구결과들은 이미 치밀하고 체계적으로 기획되지 않은 경우 면접 시험은 지원서에 적혀 있는 정보들을 근거로 판단하는 것보다 오히려 면접자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격의 없는 인터뷰가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데 별 쓸모가 없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면접 시의 인상에 확신을 가진다는 사실과 마찬가지로 널리 알려진 연구결과였다.
브런스윅 식의 분석에 의하면 사회성 능력을 평가할 때는 이야기, 몸짓, 옷차림이 모두 타당한 단서였지만, 면접자가 그 일에 얼마나 의욕을 갖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옷차림이 얼마나 격식을 차린 정장 차림인가 하는 항목뿐이었다.
기포드는 또한 심사자들이 면접을 통해 면접 대상자의 사회성을 평가하는 데는 뛰어났지만, 일에 대한 의욕을 판단하는 데는 형편없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브런스윅 식 분석법을 통해 우리는 사람들이 흔히 명랑하고 밝은 색으로 꾸며진 방의 주인들이 동조성과 성실성이 높은 사람들일 것이라 판단하는 것이 잘못된 생각임을 알 수 있다. 이번에도 역시 이것이 사실이라는 증거는 없다.
난장판의 대가 에릭 에이브러햄슨은 어떤 사람의 책상을 분석할 때 2가지 요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혼잡을 만들어내는’ 요인, 예를 들어 빠듯한 마감에 맞추기 위해 정신없이 일을 했다든지 하는 요인들과 ‘혼잡을 줄이는’ 요인, 즉 책상을 정리했다든지 하는 행동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여러분의 책상이 깨끗하다면 청소를 했기 때문이든지 아니면 평소에 하는 일이 거의 없어서 처음부터 어질러진 적이 없었든지 둘 중 하나일 것이라는 뜻이다.
웰즈의 연구는 고용주나 직원 양쪽 모두에게 이런 사무공간의 개인화가 일반적으로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려준다. 자신의 사무실을 꾸미는 사람들은 직업에 크게 만족하며 심리학적으로 안정되고 행복한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직원들이 근무공간을 개인적으로 꾸밀 수 있도록 장려하는 회사는 직원들이 더 의욕적으로 일하게 되고 이직율도 더 낮아지는 효과를 얻는다.
사진이나 결혼반지, 친밀한 사람이 보내온 이메일 같은 기념품들은 외로운 감정에 대한 방패막이가 되어줄 수 있고 행복감과 생산성을 증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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