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우주
밤에 우주에 홀로 있어도 말소리 들리는 거 너 알았니
전화 하는 소리 티비 소리 지나 방으로 들어가는 소리
사람이 먼저 가고 귀신이 뒤 따라 기는 소리 너 알았니
밤 사이 물결을 타고 히히적거리다 잠기는 웃음
귀가 더 외로워 귀가 두 개
눈이 더 조그매 눈이 두 개
가져가 술이나 담그고 싶은 거 너 알았니
우주에 퐁 당 퐁 당 담겨 술 맛 내는 귀청과 흰자위
귀신이 다리 없는 거 구걸하다 죽어 그런 거 알았니
그런 구걸 말고 구걸 안하는 척 하는 구걸 걸린 아버지달 보았니
흰자위 다 빠지고 귀청 다 녹으면
왜 우주가 캄캄한지 달콤하고 쓴지 너 다 알았니
가끔은 좋은 시집들 너무 많아 갖다 버리고 싶은 거 너 알았니
전쟁 나면 피아니스트는 피아노 쳐서 살지 모르는데
시인은 시 써서 살 수 있겠니 없겠니
연평도에 폭탄 몇 개 터진 거
우리 아버지 위속에 터진 거랑 닮았니 안 닮았니
가을이라 가을바람 소리 귀 없어도 와 닿는 거
죽은 너도 알았니
어째서 말 안 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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