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터 정철의 불법사전, 정철, 웅진씽크빅, 2010(초판2)

 

 

 

 

 

 

 내겐 장사익이 베토벤이고 검은 상처의 블루스교향곡5번 운명이다.

 

 

 

 지킬박사

부와 권력을 지닌 자들의 편에 선 박사.

평소엔 지식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자신의 이익에 관련된 일에는 이성을 잃고 하이드로 변신하고 만다.

어딘가에 사람 사는 세상이 있다면,

그곳은 지킬박사보다

나눌박사가 더 많은 곳일 것이다.

 

 

 

 정치와 노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평소엔 멀리서 정치를 지켜보다가, 투표하는 날 제대로 된 내 한표를 정치에게 선물하면 된다. 그것이 노는 것이다. 그래서 투표하는 날이 노는 날이다.

 

 

 

 가난

호주머니가 비어있는 희망적인 상태.

그래도 호주머니는 있으니까.

추운 날엔 손을 집어넣을 수 있으니까.

손이 얼지 않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으니까.

 

 

 

 10대의 반항

부모에 대한 반항. 딱 두가지다.

하나는, 운동화 빨아 놓으라고 했잖아요!

또 하나는, 운동화 빨지 말라고 했잖아요!

이유는 없다.

반항을 해야 살아있음을 느끼니까.

 

 

 

 30대의 반항

아내에 대한 반항. 딱 두 가지다.

하나는, 아침 좀 차려줬으면 좋겠어!

또 하나는, 저녁이라도 좀 차려줬으면 좋겠어!

이유는 참 슬프다.

밖에 나가면 반항할 사람이 없으니까.

 

 

 

 이별

 남자와 여자가 만나 서로의 가슴에 느낌표를 찍고, 서로의 품에서 쉼표를 찍다가, 어느 날 서로에게 물음표를 던진 후, 한동안 조용히 말없음표를 찍고, 결국 서로의 기억에 마침표를 찍는 것. 그리고 둘 중 한 사람은 자꾸 되돌이표를 만지작거리는 것.

 

 

 

 좋을 땐 상대를 업고 다녀도 무겁지 않지만

싫어지면 상대의 머리카락 한 올도 짐으로 느껴진다.

이를 영어, 한글 합성어로 헤어짐이라 한다.

헤어짐이 느껴지면 헤어지게 되어 있다.

 

 

 

 총에 빗맞으면 죽지 않지만

사랑에 빗맞으면 죽는다.

 

 

 

 부부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

한 사람이 울면

한 사람은 울지 않아야 하고,

한 사람이 지치면

한 사람은 일어서야 하고,

한 사람이 흥분하면

한 사람은 침착해야 하는.

결혼은 쉽지만,

부부는 어렵다.

 

 

 

 결혼

누구의 사랑이 더 큰가 따지던 사이에서

사랑의 합이 얼마인지만

알면 되는 사이로 바뀌는 것.

 

 

 

 결혼의5대 조건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집시

쉬는 곳이 거실.

먹는 곳이 주방.

자는 곳이 침실.

집시를 뒤집으면 시집.

시집 한 권 같은 인생.

 

 

 

 제자 이창호는 스승 조훈현을 넘어섰다.

이것은 이창호의 업적이 아니라 조훈현의 업적이다.

 

 

 

 계단

올라갈 때는 무거운 길.

그래서 저벅저벅 조용한 길.

내려갈 때는 가벼운 길.

그래서 쿵쾅쿵쾅 요란한 길.

내 인생이 올라가는 중인지

내려가는 중인지 잘 모르겠으면

내가 지금 조용한지

요란한지 들어보면 안다.

 

 

 

 꿈틀

가슴속에서 꿈이 막 자라기 시작하는 동작.

 

 

 

 네모

네 모습을 너는 단정하다고 주장하지만, 내가 보기엔 개성이나 변화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발견할 수 없는 평범하고 무기력한, 마치 중국집 주방장아저씨의 수요일 오후4시 같은 모양이다, 라는 긴 문장의 맨 앞 두 글자.

 

 

 

 난쟁이

비를 가장 늦게 맞는 사람. 꽃향기를 가장 먼저 맡는 사람.

 

 

 

바람이 불면 촛불은 꺼진다.

바람이 불면 산불은 번진다.

바람이 불면 바람의 속도나 방향을 살피기 전에

내가 촛불인지 산불인지 먼저 살펴야한다.

 

 

 

 인생의 무게는 몇 톤일까?

마라톤이다.

 

 

 

 우연히 내게 찾아오는 사랑은 있지만

우연히 나를 떠나는 사랑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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