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원주민, 최규석, 창비, 2010(초판7쇄)
아침마다 등굣길에 모여 조장의 지휘에 따라 해 뜨는 쪽으로 허리를 숙여야 했다.
“야! 마쓰야마!
니 와 절 안 하노?”
그러니까… 아버지의 이름이 마쓰야마 순린이었던 시절의 얘기다.
“울 아버지가 절은 조상한테만 하는기라 카더라.”
“너그 아버지가 선생님보다 높나?! 선생님이 하라카모 해야 될 거 아이가?”
“니가 선생님이가? 니가 뭔데 내한테 시키노?!”
“옴마! 옴마!”
“천황한테 절하기가 그렇게 싫었어요?”
“어?”
“그런 거 아이다. 내가 공부도 더 잘하고 쌈도 더 잘하는데 선생님이 저새끼한테 조장 시킨께 썽이 나서 그랬다.”
“땜이 생기모 우리 동네가 다 물이 된다 카더라.”
“빙시야! 동네가 우찌 물이 되노?”
“울 아부지가 그랬다!”
“너그 아부지가 다 아나? 너그부지가 도사가?”
“니 물에서 숨 쉴 줄 아나?”
“아니.”
“그거 봐라. 사람이 물에서 우찌 사노?”
처음 집을 지었을 때
제법 정원 꼴을 갖췄던 마당은
몇 년을 못가서 남새밭이 돼버렸다.
미끈한 화강석 깔아 만든 베란다는
고추 말리는 데 쓰고,
시멘트 기둥에는
직접 거둔 콩으로 쑨 메주들이 달렸다.
동네 노인들은
뒷산 아래 국유지를
손바닥만큼도 놀리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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