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 지오그래픽 코리아, 2011년 7월호
폭풍이 지나간 바그다드
인구가 600만명에 육박하는 바그다드는 방벽 도시로 바뀌었다. 방벽으로 둘러싸인 지역들을 이라크군, 연방경찰, 지역경찰, 사설 보안요원들 외에도 ‘이라크의 아들들’ 같은 단체들이 치안을 담당하고 있다. 각 구역 경계에는 육중한 방폭벽들이 둘러처져 있다. 이벽들은 대형 T자를 거꾸로 세워놓은 것처럼 보여서 ‘T자 벽’이라고 부른다. 주로 시아파가 거주하는 지역에는 지붕 꼭대기와 모스크, 교차로마다 시아파 깃발이 휘날리는 반면 수니파 지역에는 깃발이 없는 게 특징이다.
“바그다드는 거대한 수용소예요. 미국이 가져다 준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이 방벽들이에요.” 통역을 담당하는 유시프 알타미미는 말한다.
2007년에는 매일 240건씩 일어나던 폭탄 테러가 2010년 말에는 90%나 감소했다. 그럼에도 산발적인 폭탄 테러는 그치지 않고 있다. 한 예로, 지난해 11월에 발생한 폭탄 테러로 파티마 무하센 아지즈는 사지가 마비되는 부상을 입었다. 이제 이라크 군인과 경찰은 폭발물을 찾고 뇌관을 제거하는 훈련을 의무적으로 받는다.
물, 전기, 연료가 항상 부족해 항의시위가 벌어지곤 한다. 새벽 6시부터 바그다드 서부에서 여자들이 등유 배급을 받으려고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수백 명이 줄을 서서 하루종일 기다리지만 다수가 빈손으로 집에 돌아간다. 바그다드 시민 한 명이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후세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해요. 적어도 그때는 앞일을 예측할 수 있었거든요.”
현대판 노아의 방주
식량이 풍족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 대다수는 자신이 먹는 식량이 어디에서 오는지, 어떻게 재배되는지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슈퍼마켓 통로에서 쇼핑 카트를 밀고 다니면서도 그렇게 풍요롭게 진열된 식품들이 불확실한 체계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세계 도처에서 다양한 식량 품종들이 빠른 속도로 멸종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과거에 있었던 과일∙채소 품종들 중 90%가량이 자취를 감췄다. 1800년대에 재배했던 사과 품종 7000가지 중 현재 남아있는 품종은 100가지도 채 되지 않는다 필리핀에서는 과거 수천 가지 품종의 쌀이 번성했지만, 지금은 많아 봐야 100가지 정도만 기르고 있다. 중국에서는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재배했던 밀 품종 중 90%가 사라져버렸다. 전문가들은 지난 100년간 전 세계 식량 품종의 절반 이상이 사라졌다고 추산한다. 인간에게 알려진 가축 품종 8000가지 중에는 1600가지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거나 이미 멸종됐다.
세계 인구는 올해 70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45년까지는 90억 명으로 불어날 수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신흥경제국들이 갈수록 더 많은 육류와 유제품을 소비하고 있어서 수요를 맞추려면 식량 생산량을 두 배로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희귀종 옹호자들은 취약한 소들을 보존하는 최선의 방법은 녀석들을 계속 먹이사슬에 포함시켜 우유나 고기를 생산화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희귀종 소들을 보존하려면 우리가 녀석들을 먹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들판 한 군데에는 또 다른 에티오피아 토종 밀인 ‘세타쿠리’가 자라고 있다. 번역하면 ‘여인의 자존심’이라는 뜻인데, 가장 달콤한 빵을 만드는 원료가 되는 밀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이 밀은 맥류줄기녹병에 대한 내성이 다른 밀보다 훨씬 더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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