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괴수전, 이지월, 민음사, 2010(11)

 

 

 

 

 한 점에 의지해 지구의 중심을 겨누는 것이 팽이의 진면목이다. 너희들이 한낱 유희를 위해 밀어 대는 그곳에 팽이의 영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어찌 모르는가. 너희의 품 안에서 팽이는 그저 조잡한 합성수지와 정체불명의 금속들로 이루어진 싸구려 아동용 완구가 되어 버릴 뿐이로구나. 통탄할 따름이다. 어찌 너희는 그 거룩한 회전에 참람된 손길을 가하려 하는가. 부끄러움을 알고 겸허히 물러나 고개 숙여 참회할 일이다. 우리 앞에서 썩 물러가라!’

 

 

 

 그대가 만일 신을 경배한다면, 그것은 결코 사랑과 은총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사랑과 은총이야 그대의 선량한 지인들도 얼마든지 베풀어 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어는 누가 선량한 지인 앞에 기꺼이 무릎 꿇어 섬김을 자청하겠는가. 그대는, 그대를 굽어살피는 자가 힘이 세다는 것을 알기에, 그 힘이 언제든 자신에게 겨누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두려움에 오금이 저려 오기에, 넘볼 수 없는 막강함 앞에 차마 서 있을 수조차 없게 되기에, 신 앞에 무릎 꿇는 것이다. 당신을 경배한다고 소리 높여 외치는 것이다. , 그대가 가진 신앙이란 두려움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마음가짐인 것이다.

 

 

 

 스승 그런데, 다들 같은 생각일까요? 학교만 엎어 버리면 다 해결될 것처럼 들떠 있던데요.

      실패는 걱정 안 해도 돼요. 다음에 또 하면 되니까. 그래도 안 되면, 그냥 살던 대로

      살면 되니까. 그런데 성공하면? 그것도 반쪽짜리 성공이라면. 어떡할 거죠?

 

 

 

 열 중에 둘도 대학에 가지 못할 어리석은 이들이여! 너희가 감히 당당하게 입시의 관문을 통과한 대학생들에게나 허락된 데모질을 흉내 낸단 말인가. 너희 중 어느 누구도 대학에 가지 못할 것이다! 천년만년 재수생으로 살다, 늙어 죽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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