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복은 가능한가, 오카다 토시오, 파란미디어, 2010(초판3쇄)
스스로 좋아해서 시작한 일인데 어째서 이렇게 힘든 걸까?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은 어릴 적부터 동경하던 것인데 어째서 이렇게 괴로운 걸까? 이 가고일이란 놈들도 우리하고 똑 같은 거지요. 고도의 과학 기술로 손쉽게 세계 정복을 해치우려고 했는데 얼마 안 돼서 네모 함장과 노틸러스호가 방해를 한다 이 말입니다.
전설의 암살권인 북두신권을 쓰는 주인공 켄시로가 핵전쟁 후의 세계를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너는 이미 죽어있다”라는 시대의 명대사로 유명하다.
이런 혼란이 일어나는 것은 ‘세계 정복을 꾀하는 조직’이 세계를 정복한 뒤에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_인류 절멸
두 번째_돈이 가지고 싶어
세 번째_지배당할 것 같으니 역으로 지배하기
네 번째_악을 퍼뜨리기
포트녹스라는 커다란 금고의 금괴를 습격한다는 것인데요, 그 ‘이념’이 대단히 신선했습니다.
‘미국은 이미 하늘을 정복했다. 우주도 정복했다. 인류의 진보는 멈출 줄 모른다. 그러나 범죄만은 옛날 그대로이다. 우리들 범죄도 근대화하지 않겠는가.’
옴진리교도 “인류를 멸망시키기 위해 모였습니다. 비디오 보러 오세요.” 같은 식으로 권유한 것은 아닙니다. “고민이 있으시군요. 모두 함께 생각해봅시다.”라든가, “진짜 평화, 마음의 평화를 배워 보지 않으시겠습니까?”라는 것이 권유할 때 하는 말들입니다.
비유를 든다면 UN이라는 것은 ‘세계의 학급회의’입니다. “북한은 그러면 안 됩니다.”라고 반장인 미국이 말해도 북한의 베스트 프렌드인 중국과 러시아만은 북한을 감싸줍니다. 귀찮은 문제는 그들도 학급 위원, 즉UN의 상임이사국이라는 점입니다. 나름대로 체면이나 입장에 신경을 써 줄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잠정적인 ‘세계의 지배자’인 미국에게도 학급회의 운영은 피곤한 일입니다.
인터넷 사회라는 것은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 잘 알 수 없습니다. 올바른 것을 생각한다는 습성을 없애버립니다. ‘생각할 필요가 없고 매 순간 잘 빠져나가기만 하면 된다.’거나 ‘내가 생각할 필요 없이 인터넷에서 무슨 소리를 하는지 잘 봐 두기만 하면 돼.’라는 생각에 빠지기 쉬워집니다. 자유경제는 빈부의 차이를 점점 크게 만들고 있으며 인터넷 사회는 개인의 생각하는 힘을 빼앗고 있습니다.
에도 말기의 악은 ‘개국파’였고, 나중에는 ‘막부 타도에 찬동하지 않는 자’로 바뀌었습니다.
메이지부터 쇼와 시대 초기의 악은 부국강병에 반대하는 비국민이었습니다.
버블 시기의 악은 ‘돈이 있는데 벌지 못하는 것’이었고 버블 붕괴 후의 악은 ‘돈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40년 전의 미국에서 동성애는 악이었으나 현재 미국에서는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것이 악입니다.
전쟁 전의 악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향에서 빠져나가는 것’이었으나 최근의 악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안 하고 참는 것’입니다.
악이라는 것은 시대에 따라 바뀝니다. 그렇다기보다 ‘그 시대가 믿고 있는 가치관에 반대하는 것’이 악의 정의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 흐름에 따라 생각해본다면 현대의 악은 ‘대중사회’, ‘정보사회’에 반대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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