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하지 않는 디자이너, 나가오카 겐메이, 아트북스, 2010(1판2쇄)
인생은 정말로 한 번뿐. 그래서 ‘회사’라는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공유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먼저, 큰 규칙을 정했다. 다른 집기를 하나도 사용하지 말고 어쨌든 구입해온 물건들만을 이용해서 보기 좋은 공간을 만들 것. 그렇게 하니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물건이 팔리면 큰 소동이 나서, 폐점 후에 내부 레이아웃을 몽땅 바꿔야 했다. 그야말로 매일매일이 레이아웃의 해답을 구하는 여행이었다.
옛날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돈을 벌 때 인간성은 필요 없지만, 쓸 때는 인간성이 크게 좌우한다.’
청춘이라는 건, 주변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아닐까?
비즈니스의 경우에도 하고 싶은 업종에 ‘여백’이 있는지에 가장 신경을 쓴다. 그러므로 당연히 내가 사는 곳에도 여백이 필요하다. 넓은 곳에서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도쿄에서 넓이는 돈에 비례하므로 포기하고, 전망이 좋다든지 하늘이 보이는 천창이 있다든지 벼랑 끝에 있다든지 물가에 있다든지 하는, 그런 여백을 추구한다.
여백이란 아마도 평범하게 말하면 ‘긴장이 풀리는 느낌’일 것이다. ‘한숨’이기도 하고 ‘한모금의 담배’이기도 하다.
옛날 백화점은 오리지널리티로 넘쳐났다. 상품을 셀렉트하는 사람들, 거기에 응하여 맹렬하게 물건을 파는 도매업자, 콘셉트가 있어서 그곳에서 물건을 사는 것 자체가 생활에 큰 자극이 되는 것. 그로 인해 ‘지금까지는 없었던’ 다양한 서비스가 탄생하고 그 백화점의 주변에까지도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지금의 백화점은 어떤가. 점포를 장기대여 하고 그곳에 어떤 브래드를 유치하는가의 경쟁만 남은 곳. 프라다일까 루이비통일까…. 그런 것들이 과연 백화점에게 어떤 의미일까. 명을 짧게 하는 개성 없는 치장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루이비통은 루이비통이다. 그 백화점의 셀렉트나 센스, 의식이 아니라 단순한 ‘장소 대여’다. 이미 자신들의 센스를 보여주는 장소로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 손님들을 모으기 위해서, 화제를 만들기 위해서 ‘브랜드’에 의존할 뿐이다. 요즘에는 이런 상황이 점점 확대되어 백화점의 정문을 통과하지 않고도 길에서 직접 그 브랜드숍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그야말로 ‘장소 대여’를 넘어선 ‘땅 대여’다.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공동작업’이라는 말이 있다. 자주 사용되는 단어지만 나는 이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근사한 일이 아니며, 진짜 콜라보레이션은 실력이나 가치관이 비슷한 레벨의 합작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범람하는 콜라보레이션은 왠지 어느 쪽인가에 의지하고 있는 듯이 보여서 뭔가…(나의 주관이지만).
- 일전에 나가오카 씨가 ‘지금의 시대는 어떻다고 생각합니까’라고 물었을 때는 말하지 않았는데, 정보량이 옛날과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경험한 것과 머릿속에 정보로 들어 있는 것을 혼동하여 ‘이해’하기 때문에, 뭔가를 시작하기 전에 결과를 구하고 마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젊고 경험도 없으면서 들은 말만 앵무새처럼 읊어대는 시대인 것입니다. 스스로 뭔가를 해보고 싶다, 시작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그렇지만 예를 들어 나가오카 씨의 회사에 어떻게 해서든지 들어오고 싶었던 스무 살의 신입이 막상 회사에 들어와서는 나가오카 씨의 자리까지 오르는 데 17년이 걸린다는 것을 알게 되면, 바로 그 시점에서 그만둬버립니다. 자신이 직접 해보는 것이 아니라 앞을 읽고 행동하는 젊은이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열렬한 편지를 몇 장씩 덧붙이는 사람일수록 빨리 그만두는 것은 왜일까?
요즘 젊은 사람들(이런 표현은 쓰고 싶지 않았지만, 너무 심해서)의 ‘하고 싶다’라는 건 정말로 간단하다. 기가 막힐 정도다. 카페 미경험자가 ‘카페를 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 전에 어딘가에서3년 정도 일하고 난 다음에 말하기를 바란다.
‘잡지나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보는 거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경험은 없으면서 ‘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보라.
꿈이나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정을 전부 알고, 직장과 자신을 하나로 놓고 생각하며 자신의 꿈과 비교하는 사람이 대단한 사람이다.
예전에 10년간 일한다는 조건으로 스태프를 모집한 적이 있다. 그런 마음이다. 10년간 일하려면 각오가 필요하다. 10년간 이 조건이라면, 온 적도 없고 본 적도 없는 장소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걱정되고 불안해서 가능한 범위에서 조사를 할 것이다. 물론 카페에도 직접 가보겠지. 무리한 주문도 해보고, 스태프에게 말도 걸어봐야지. 나라면 그렇게 하겠다.
‘여린 사이토, 뭔가를 만들고 싶다면 집착을 해. 어중간한 것은 안 되는 거야. 만들고 싶다고 얘기해야만 해. 나는 만들고 싶다라고.’ 뭔가를 만드는 것에는 남을 설득하는 과정이 그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마음’을 어중간하게 전달해서는 안 된다. 거절당하고 나서 그저 세상을 배웠다고만 생각한다.
더러운 것을 보고 ‘청소해서 반짝반짝하게 만들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 ‘위에서부터 도장해버리자’라고 말하는 사람, ‘버리고 새로 사자’라고 말하는 사람.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나는 어쨌든 감동했다.
사회적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만들지 않는다’라는 크리에이티브에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할까… 하는 등등의 책임감이 실려 있다.
메일을 보낼 때도, 남에게 뭔가를 전달할 때도 성격이 나온다. ‘어쨌든 정확하게 전달할’뿐인 사람. ‘자신의 힘없는 소리’를 조금 섞어서 ‘어떻게든 구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비치는 사람. 그리고 그런 하나하나의 보고조차도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 힘냅시다!’라는 의지를 담아 보내는 사람.
앞으로 향한다는 것은 앞에 아무도 업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요일이면 늘 ‘쇼핑’을 하지 않는지. 그런 사람들이 확실히 늘고 있다.
사람들은 쇼핑 목록이 아니라 장소만 정한 다음 점심식사나 저녁식사를 하고 백화점이나 숍을 돌곤 한다. ‘사고 싶은 것을 사기’위해서가 아니라 ‘사고 싶은 것을 만나기’ 위해서 시간을 사용한다. 그리고 그것을 ‘즐겁다’고 느낀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이유도 없이 돈을 쓰고 싶다’는 감각이 싹트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증거로, 하루 종일 ‘쇼핑’을 하고 아무것도 산 것이 없으면, ‘억울하다’라는 느낌이 들지 않나? ‘갖고 싶은 것과 만나지 못했다’라는 억울함이 아니라,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돈을 쓰지 못했다’는 억울함…. 물론, 몇십만 엔이나 하는 것을 산다는 말은 아니다.
확실히 쇼핑의 감각은 진화가 아니라 악화되어 가고 있다.
갖고 싶은 것을 목표로 ‘인생’을 보내는 젊은 시절은 누구에게나 확실히 있다. 물론 나도 그랬다. ‘저것이 갖고 싶어’라는 이유로 일하고, 일한 돈으로 그것을 사고, 한동안 집중해서 사용하다가 질리기 시작하면, 다음의 ‘갖고 싶은 것’을 찾는다. 그런 생활을 ‘즐겁다’고 표현한다.
기업은 ‘환경에 좋다’고 말하며 ‘환경에 나쁜’일을 하고, ‘지구에 다정하게’라고 말하며 지구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익을 남기는 제품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허울 좋은 말에 어디까지 화를 내야 할까. 많은 사람이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마이카를 손에서 놓고 있지 않다. 온난화에 관심이 있다고 말하면서 절전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물론 나도 그렇다.
내 안에 점점 부풀어 가고 있는 풍선 같은 것이 있다. 모순에 대한 인내다. 알고 있는데 할 수 없는 것을 허용하는 풍선. 분명, 오늘도 조금 부풀었다. 언젠가는 터진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것이 언젠가는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언젠가 터지고 말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보내온 기획서는 큰 규모의 광고대행사가 제작한 것인데, 그걸 보고 있자니 화가 치밀어올랐습니다. 어디에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과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의 존재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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