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시의 마법사, 어슐러 르 귄, 황금가지, 2011(2판11쇄)
“듣기 위해선, 침묵해야 한단다.”
언젠가 이 뜰에서 자신이 햇빛으로 말해진 단어인 양 느꼈던 적이 있었다. 이제 어둠 또한 말해졌다. 취소할 수 없는 한마디가 말해졌다.
그것이 속삭이고 중얼거리며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게드는 그 속삭임이 일생 동안 귀 속에 있었다는 걸, 들을 수 있는 영역 바로 밑에서 내내 존재해 왔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는 그 소리가 들렸다. 이젠 무릎을 꿇어야 했다. 포기하고 멈춰 서야 했다.
보르저는 곰 모습 하기를 몹시 즐겨서 점점 더 자주 곰이 되었다. 그 결과 마침내 곰이 그의 내부에서 자라나고 인간은 꺼져 갔다. 그래서 아주 곰이 되어 버린 그는 급기야 숲속에서 자신의 어린 아들을 죽이게 되고, 나중에는 사냥당해 죽었다. 내해에 도약하는 돌고래들 중에 얼마나 많은 수가 한때는 사람이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들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 바다에 매혹되어 지혜와 이름을 잃어버린 현자들이다.
“아르 강의 발원지에서 나는 네게 이름을 지어 주었다. 흐름은 산에서 떨어져 내려 바다로 나아가지. 사람은 자기가 가는 길의 끝을 알 수 있다.”
“자존심은 영영 네 마음의 주인이로구나.”
“나에게 육지를 달라, 그리고 육지 사람을! 바다는 바다의 침상에 뉘고 난 내 자리에 누우련다…….”
“나는 군도의 도시들을 전부 볼 수 있었으면 해.”
돛줄을 잡고 앞에 드넓게 펼쳐진 불모의 잿빛 바다를 바라보며 게드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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