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
어젯밤에도 죽는 게 무서워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소
막상 아침이면 내 의식은
잠으로 잠으로 계속 죽어있으려 하는데
다시 밤이면
죽는다는 게, 누군가 내 TV를 꺼버린다는 게
무섭도록 무섭소.
째깍째깍 푸른 열매가 썩어가는 소리가 들리오.
누울 때면
내 턱을 붙잡고 위 아래로 벌리고
밀고 들어오려는 죽음을 보며 몸부림치오.
난 선로에 묶인 염소와 같소.
아무리 외쳐도 그저 시끄러울 뿐인
사는 게 무진 아름답거나 휘황찬란하지 않은 데도 그렇소
이성의 영역이 아닌 본능의 영역일 거요
본능과 대화하는 건 힘 빠지는 일이오
몇 번인가 숨 참는 연습을 하오
숨 참고 죽는 연습을 하다
염소가 되오
요즘 종종 밤마다 염소가 되어
주그려 앉아 술을 뜯어 삼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