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 잔상
한밤 침대에 누워
아직 덜 꺼진 형광등 잔상 아래서
아직 덜 꺼진 어릴 적 동네 놀이터를 떠올렸다
뺑뺑이 하나 없었지만
거기엔 모든 게 있었다
거기엔 내가 있었으므로.
이태원에서 신사동으로
서울을 헤집으며 먹고 마시러 다닐 때
핫하다고 소문난 곳에서 나 또한 핫한 사람이라도 된 듯
우스꽝스런 포즈를 취한 사람들 중 하나일 때
어디에도 나는 없었다
꽉 찬 마음 없이 어디나
고개 숙이고 손 벌리고 있는 건
부족한 마음, 부족한 것 투성이였다
그렇다.
나는 늙어가고 있었다.
하얗게 세어가고 있는 뒷머리가 한 움큼
동네 놀이터를 향해 날아가 눈처럼 떨어지는 상상을 한다
나는 어릴 적 나에게 죄를 짓고 있다.
몸을 일으켜 불을 다시 켜면
잔상은 오히려 사라지고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