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은 아이디어 택시다 - 윤준호

 

 

 

젊음은 아이디어 택시다, 윤준호, 모루와 정, 2011(초판1쇄)

 

 

 

 

 

 

 

 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가는 이정수씨와 교회에 가는 이정수씨의 얼굴은 다르다. 애인을 만나러 가는 조희진씨와 교통범칙금을 내러 가는 조희진씨의 얼굴은 다르다

 

 

 

 

 

 이끼 자라난 소매에 닳은

 창시렁의 돌처럼 조용해야 한다-

 

 달이 밤에 얽힌 나무로부터

 가지를 하나하나 풀어놓듯이

 

아치볼드 머클리시, <시법> 中

 

 

 

 

 

 국토는 ‘고향의 집합’이다.

 

 

 

 

작자미상의 시

 

지난 날 우리에겐 아이가 태어났지요

평범한 출생이었죠

이 일 저 일 바빴기에

내 아이는 내가 없는 사이에 걸음마를 배웠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말을 배웠죠

나는 아버지같이 되겠어요

아버지 꼭 아버지를 닮을 거예요

언제 오세요? 아버지

하지만 함께 보게 될 때는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되겠지

 

내 아들이 지난 달 열 살이 되었군요

공 사주셔서 참 고마워요

아버지, 함께 놀아요

공 던지기 좀 가르쳐주세요

오늘은 안 되겠다. 할 일이 많다

아들은 ‘괜찮아요’하며

밝은 웃음을 머금은 채 나갔다

나는 아버지같이 될 거예요, 아시죠

나는 아버지같이 될 거예요

언제 오세요? 아버지

글쎄, 하지만 그때는 즐거운 시간을 갖자꾸나

 

내 아들이 며칠 전 대학에서 돌아왔더군요

사내답게 컸길래 나는 말했지요

내 아들아, 네가 정말 자랑스럽구나

잠시 앉아 있자꾸나

아들은 고개를 저으며 웃으며 말했죠

차 열쇠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이따 봐요

언제 돌아오니? 아들아

글쎄요

하지만 그땐 함께 좋은 시간을 갖도록 하죠

 

나는 은퇴한 지 오래고

아들은 이사를 나갔죠

아들에게 전화를 했어요

괜찮다면 한번 볼 수 있겠니?

그러고 싶어요 아버지, 시간만 낼 수 있다면요

새 직장 때문에 바쁘고

애들은 감기에 걸렸어요

얘기하게 되어 반가워요, 아버지

전화를 끊고 나자 언뜻 깨닫게 된 것은

내 아들이 나랑 똑같이 컸다는 것

내 아들이 꼭 같다는 것

언제 집에 오니? 아들아

글쎄요

하지만 그때는 즐거운 시간을 갖도록 하죠

아버지

 

 

 

 

 우리는 광고란 드라마를 위하여 가정이란 드라마는 늘 펑크를 낸다. 이골이 난 가족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어떤 날은 아내가 내 대역이 되고, 어떤 때는 아빠란 인물은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스토리가 수정되기도 한다. 다른 출연자들은 또 한 번 아빠란 인물이 다음 회에는 나올 거라고 믿는다.

 

 

 

 

 “인간이 혼자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 책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일본 어느 신문사 출판부의 책 광고다.

 

 

 

 

 “사진은 모습을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옮겨온다.”(나는 이 말을 ‘사진은 인용이란 방법으로 말한다’고 새기고 싶다) 그 연장선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이 따라 붙는다. “사진은 원래 거짓말도 못하지만, 진실도 말하지 못한다. 설사 말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말하는 진실, 그것이 주장할 수 있는 진실은 범위가 제한되어 있다.”

 

 

 

 

 어쩌면 그것은, 기구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가 떨어져 팔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어가면서도 새들이 내려다보는 인간세상의 모습을 찍어내려 했던 사진가 나다르(Felix Nadar:1820-1910)의 예술적 순정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엄마, 엄마

내가 파리 잡을라 항깨

파리가 자꾸 빌고 있어.

-       1학년 이현우

 

 

 

 

신발은 장사다

사람들 든다

-       4학년 이흔덕

 

 

 

 

부산에서 형님한테서 편지가 왔다

편지를 뜯어보니

형님 글씨

형님 냄새가 났다.

-       2학년 권상욱

 

 

 

 

 “할아버지, 1939년도엔 뭘 하셨어요?”

 “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러 갔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의 첫 개봉에 맞춰 제작된 광고포스터의 카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