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자 잭리처 시리즈1, 리 차일드, 랜덤하우스코리아, 2011(15)

 

 

 

 

 

 

 사람들은 오디오에 수천 달러를 쓴다. 때로는 수만 달러를 들이기도 한다. 미국에는 믿기지 않는 수준으로 오디오 장비를 만드는 전문 업체가 있다. 집 한 채 값을 능가하는 진공관 앰프, 나보다 더 큰 스피커, 정원 호스보다 굵은 케이블…. 그러나 돈낭비였다. 세계 최고의 오디오는 공짜다. 그건 머릿속에 들어있다. 원하는 만큼 좋은 소리를 낸다. 원하는 만큼 큰 소리를 낸다.

 

 

 

 교도소의 악취가 엄습했다. 수없이 많은 낙담한 이들이 밤에 토해내는 숨결. 칠흑같이 어두웠다. 야간등이 흐릿하게 빛을 발했다. 여러 줄로 늘어선 감방이 눈에 보인다기보다는 느껴졌다. 밤의 소리가 흐릿하게 들려왔다.

 

 

 

 평가하자. 오랜 경험을 통해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을 배웠다. 예기치 않은 일이 닥쳤을 때는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혹은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알아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 남의 탓을 해서도 안 된다. 누구의 잘못인지 알아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 다음에 똑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방법을 생각해서도 안 된다. 그런 것은 다 나중에 할 일이다. 살아남는다면 말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평가를 해야 한다. 상황을 분석해야 한다. 불리한 면을 찾아내야 한다. 유리한 면을 판단해내야 한다. 그에 따라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태도를 가르쳐주었다. 자제하면 죽을 것이라고 가르쳐주었다. 빨리 치고 세게 쳐라. 첫방에 죽여라. 먼저 보복하라. 속여라. 훈련시키는 사람들 중 점잖게 행동하는 신사는 없었다. 이미 죽어버렸으니까.

 

 

 

 감옥에 있는 시계란 이상하다. 사람들은 몇 년이나 몇십 년을 가지고 생각하는데 시간과 분을 재고 있는 건 무슨 까닭이란 말인가?

 

 

 

 나는 고독을, 익명성을 높이 친다고 말했다. 마치 내가 투명인간이라도 되는 것 같은 그런 느낌말이다.

 

 

 

 나는 언제나 도로를 따라 여행을 하지. 조금씩 걷기도 하고 버스를 타. 때로는 기차도 타고. 항상 현금을 내. 그렇게 하면 절대로 흔적이 남지 않거든. 신용카드 거래내역도 없고, 승객명부에도 오르지 ㅇ낳고, 아무것도 남지 않아. 누구도 나를 추적할 수 없지. 누구에게도 내 이름을 말해주지 않아. 호텔에 머물 때면 현금을 내고 꾸며낸 이름을 대지.”

 왜요? 도대체 누가 당신을 추적하고 있나요?”

 아니. 그냥 사소한 재미야. 익명성 같은 것 말이지. 내가 체제를 이겨먹고 있는 것같이 느껴지거든. 그리고 정말로 체제에 화가 나기도 하고.”

 

 

 

 그리고 대부분의 현금은 은행에 없습니다. 라스베이거스나 경마장에 있지요. 소위 경제의 현금집약적 분야에 몰려있는 겁니다.”

 

 

 

 나를 위해 많은 위험을 무릅썼다. 또 형을 위해서. 마음속에 떠오르는 그런 모습이 마치 어떤 오래된 지층에 엄청난 압력이 가해지는 것처럼 차곡차곡 쌓였다. 그런 압력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압력 때문에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다이아몬드가 될 것인가를 결정해야 했다.

 

 

 

 그 남자 아내의 이야기를 정리해보았다. 목격자 진술이었다. 대법원에서 납득할만한 얘기는 아니었지만 나만큼은 확실히 납득시켰다. 우주전투기를 타고 날아와 창고 정문에서 춤을 춘 건 대법원의 형이 아니었으니까.

 

 

 

 그 화장대는 내가 살아봤던 방들 중에 그보다 작은 것도 있었을 만큼 어마어마하게 컸다.

 

 

 

 새벽 4시에 대해서는 미신 같은 습관이 있었다. 우리는 그 시간을 KGB의 시간이라고 불렀다. KGB가 들이닥치기로 한 시간이 그때라는 것이다. 새벽4. 그리고 그것이 언제나 통하더라는 것이다. 그 시간이면 희생자들의 기운이 빠져 있었다. 이 얘기는 널리 퍼져나갔다. 우리도 가끔 써먹어보았다. 내 경우에도 언제나 성공적이었다. 그래서 4시까지 기다리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오래 전 할머니가 누렸을 아름다움이 언뜻 비쳤다. 할머니는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 손을 잡았다. 부드럽고 보송보송한 장갑에 가는 철사가 들어 있는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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