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 마틴 린드스트롬, 웅진지식하우스, 2012(초판3쇄)
작년에 나는 ‘브랜드 해독brand detox’이라는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브랜드 해독이란 일종의 소비 다이어트이다. 그러니까 일 년 동안 브랜드 제품을 하나도 사지 않기로 다짐한 것이다.
특히 부모의 소비 행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아이들의 힘을 설명하면서 ‘졸라서 사도록 만드는 힘pester power’이라는 표현을 쓴다. 텍사스 A&M 대학 마케팅 교수인 제임스 맥닐은 이렇게도 표현한다. “충동적인 식품 구매의 75%가 칭얼대는 아이들 때문이다.”
사실 첫돌을 맞을 때까지 아기들이 감기나 다른 병에 감염될 확률은 거의 100%다. 그런데도 본능적인 차원에서 불안하고, 호르몬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아기와 단둘이 지내는 시간이 많은 엄마들은 그것이 ‘본인’ 실수라 믿는다.
매일 아침 신문을 사는 사람은 가판대 맨 위에 있는 신문은 꺼내지도 않을 것이다. 아마도 맨 위에 놓인 신문을 들고 그 바로 아래에 있는 신문을 뽑았을 것이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72%의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행동화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뭘까? 그건 맨 위의 신문이 사람들의 손을 가장 많이 타서 제일 더러울 것이라고 짐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72%의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두 번째 자리에서 뽑은 신문을 잠깐 훑어보고는 제자리에 놓는다고 한다. 결국 사람들은 계속해서 똑같이 손때 묻은 신문을 돌려보고 있는 셈이다. 이와 동일한 현상이 호텔, 매장, 레스토랑의 여성 화장실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실험 결과 여성들 중 5%만이 첫 번째 칸에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뭘까? 첫 번째 칸이 두 번째나 세 번째보다 더 더러울 것이라고 짐작하기 때문이다.
립밤에도 중독성이 있다는 말을 도무지 믿을 수 없다면, 하루에 몇 번이나 그 끈적이는 물질을 입술에 바르는지 생각해 보자. 5번? 10번? 25번? 지금 북극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매 시간 그렇게 부지런하게 바르지 않아도 입술은 부르트지 않는다. 실제로 립밤 중독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온라인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www.lipbalmanonymous.com).
그뿐 아니라 페놀이나 석탄산과 같이 스스로 수분을 만들어내는 피부 세포의 자연적인 능력을 저해함으로써 입술을 더욱더 ‘건조하게’ 만들 수 있는 성분들까지 추가하고 있다. 그런 제품들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스스로 수분을 보충하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입술이 더 빨리 건조해지기 때문에 동일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립밤을 더 자주 발라야 한다. 결론적으로 립밤 역시 사용하면 할수록 더 많이 갈망하게 만드는 제품이다. 이는 중독이 내성을 만드는 과정과 동일하다.
실제로 남성은 하루에 섹스에 대한 생각을 32번 한다고 한다. 이 사실은 누가 어떻게 알아냈을까? 나는 이에 관한 연구 결과를 유니레버의 임원이자 소비재 시장 전문가인 데이비드 쿠지노한테서 들었다. 또 그는 오늘날 수백만 달러 규모로 성장한 ‘액스axe’라는 브랜드를 출시하는 과정에서 유니레버 연구 팀이 발견했던 놀랍고도 다양한 연구 성과들도 함께 들려주었다.
우선 남성들이 가진 대표적인 성적 판타지부터 말해보자면, 진부하고 저질스러운 포르노의 한 장면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대충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 ‘뜨거운 욕조나 스파에 편안하게 앉아 있고, 서너 명의 벌거벗은 여성들이 그들을 둘러싸고 있다. 옆에는 샴페인이 놓여있고, 욕조 위에는 거품이 가득하다.’
그래서 표면적으로 10대들을 위한 제품이라고 내놓지만, 사실 그들은 ‘엄마들도’ 비밀리에 타깃 소비자로 삼는다. 대중매체와 관련된 기업들은 중년 엄마들이 딸과 함께 TV 프로그램을 보려고 하고, 운전을 하면서 딸이 좋아하는 음악을 같이 듣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나는 대형 소비재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으로부터 미국 남성들 중 15%가 은밀한 부위를 면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농담이 아니다). 게다가 이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고 한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질레트는 ‘제초를 해서 나무가 더 커 보이게 만드는 방법Trim-the-Bush-to-Make-the-Tree-Look-Taller’이라는 제목으로 사타구니 부위를 면도하는 자세한 방법을 담은 동영상을 웹사이트에 잽싸게 올리기까지 했다.
배너티 사이징이란 실제 사이즈보다 치수를 줄여서 기재해 소비자들이 더 날씬해졌다고 여기도록 하는 교묘한 마케팅 전략을 말한다.
「에스콰이어」의 기자인 어브램 사우어는 여러 브랜드 매장을 돌아다니며 줄자를 가지고 남성들의 바지 치수를 재보았다. 그 결과, 36인치로 표기된 바지가 실제로는 37인치부터(H&M) 시작해서 38.5인치(캘빈 클라인), 39인치(갭, 해거, 다커스)를 거쳐, 41인치에(올드 네이비) 이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실험은 광고업체와 마케터들이 오랫동안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진리를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인간은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원한다’라는 명제다. 다른 사람들의 욕구가 강렬할수록 우리 역시 그것을 더 원하게 된다.
‘지나서 볼 때 더 좋아 보인다.’ 그것은 우리의 두뇌가 인간으로서, 또는 소비자로서 과거가 더 완벽하다고 믿도록 속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주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심리적 설득자인 ‘향수nostalgia’라고 하는 요인 때문이다.
우리의 두뇌는 과거와 미래를 좋아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신체적인 나이’를 좀처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생일 케이크에 꽂힌 초의 개수와는 상관없이 사람들 대부분은 ‘심리적 연령’을 가지고 있으며, 그 나이는 인생 전반에 걸쳐 안정적이고 일관적이다. 예전에 나는 50세 정도로 보이는, 유명 금융기업의 한 CEO에게 ‘내면 나이inner age’를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는 대뜸 ‘열아홉’이라고 대답했다. 똑 같은 질문을 강당을 가득 메운 청중들에게 던진다고 하더라도 단 한 사람도 자신의 실제 나이로 대답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미국의 작곡가이자 작가, 그리고 배우였던 오스카 레번트는 이런 말을 남겼다. “행복은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물맛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물에서는 모든 맛이 나면서도 또한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 공기 같은 맛이라고도, 풀과 같은 맛이라고도, 또는 추운 밤과 같은 맛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그러한 왕실 이미지가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화려한 이미지 뒤에 숨겨진 진실은 왕실이 비즈니스 세상과 마찬가지로 신중하고, 치밀하고, 지속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하나의 고급 브랜드라는 사실이다.
왕실의 이미지 관리 전략 중 대표적인 것은 환상과 현실, 그리고 경외와 친근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이다.
비타민워터는 유명인 마케팅 그 자체다 몇 년 전 그 마케터들은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브랜드 홍보의 대가로 유명인들에게 회사의 주식을 주면 어떨까?’
반즈앤노블이나 보더스Borders 같은 어마어마하게 넓은 대형서점이나 타깃, 베스트바이, 월마트 같은 대형 할인매장에서 헤매다 보면 사람들이 망망대해와 같은 드넓은 선택권을 포기하고 인기 품목들을 모아놓은 코너로 눈길을 돌리는 까닭을 이해할 수 있다.
선택권이 넓을수록 구매에 대한 만족감이 떨어지는 ‘동시에’ 물건을 덜 사려는 현상은 대단히 흥미로우면서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베스트바이에 들어갔다가 빈손으로 나오고, 열두 페이지짜리 레스토랑 메뉴판을 뒤적이다가 차라리 맥도널드로 갈까 생각한다. 간단하게 말해서,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잘못된 선택의 위험 앞에서 사람들은 아무런 선택을 내리지 못하고 얼어붙어버린다.
나는 ‘두니 끄기turning our brains off’라는 용어로 이러한 현상을 종종 설명한다.
2009년 에모리Emory 대학의 신경경제학 및 정신의학 교수이자 의학박사인 그레고리 번스가 이끄는 에모리 의과대학 연구 팀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그들이 전문가라고 인정하는 인물이 조언을 하거나 선택을 할 때 스스로의 사고를 중단해버린다고 한다.
‘약용 화장품’ 시장의 98%는 마케팅에 불과합니다. 1000달러짜리 크림을 바른다고 해서 50달러짜리보다 더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없습니다. 오히려 더 나쁠 수도 있죠.
마지막으로 라프레리의 ‘스킨 캐비아 크리스털린 콘센터Skin Caviar Crystalline Concentre’라는 제품을 살펴보자. 1온스(약28g) 가격이 무려 375달러에 달하는 이 제품은 ‘세상에 오직 세 그루만 남아 있는 희귀한 스위스 우트바일러 스파트라우버 사과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농담이 아니다)를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황당한 주장에 담긴 문제는 “첫째, 어떠한 줄기세포도 크림 속에서는 살아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세포는 아주 예민한 생명체이며, 적절한 환경으로 보관하지 않는 이상 사과를 따는 순간부터 죽기 시작한다. 둘째, 나무의 줄기세포가 인간의 피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한 연구 결과는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다는 제품들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삶의 다른 영역에서는다소 책임감을 잃어버린 모습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말하자면, 유기농 햄버거를 먹고 친환경 프리우스를 몰면서 동시에 악어가죽 부츠를 신고 콜라 캔을 함부로 버림으로써 기존의 ‘선행’을 상쇄시킨다. 한 연구는 하이브리드 차 운전자들이 실제로 주행 거리가 더 길고, 교통 위반을 더 많이 저지르고, 사고를 더 많이 내고, 심지어 보행자들에게 상해를 더 많이 입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더욱 아이러니한 사실은, 하이브리드 차처럼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제품을 소비하는 행동이 오늘날 일종의 과시적 소비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감탄을 받기 위한 행동이 되어버렸다.
실제로 많은 연구들이 장바구니가 크면 클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물건을 담으려고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구글은 소위 ‘문맥 광고contextual advertising’를 위해 자동적으로 메일을 스캔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문맥 광고 기술이란, 이메일에서 확인한 내용과 문맥을 분석하여 연관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광고를 자동적으로 발송하는 인터넷 광고 기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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