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밝은세상, 2012(초판 48)

 

 

 

 

 

 최악의 인간 행동을 목격하지만 늘 참아내야 하는 게 저의 일입니다.” 케이트 브라이머는 사라예보에서 지지직대는 전화로 말했다.

 

 

 

 내 말 잘 들어, 친구. 인생은 지금 이대로가 전부야. 자네가 현재의 처지를 싫어하면, 결국 모든 걸 잃게 돼. 내가 장담하는데 자네가 지금 가진 걸 모두 잃게 된다면 아마도 필사적으로 되찾고 싶을 거야.”

 

 

 

 집사람이 영국 예술영화를 보겠대. 나는 그냥 끌려오다시피 했어. 카메라가 거의 안 움직이겠지. 주인공은 자기 인생이 비참하다면서 계속 절규하고, 섹스를 한 뒤에는 토하고, 예술영화라는 게 죄다 그렇잖아.”

 

 

 

 그 모든 것들이 나를 놀라게 했다. 공간을 채우고, 시간을 채울 것을 계속 찾아가는 과정이 축적되면 인생이 되는 게 아닐까?

 

 

 

 물질적 안정이라는 미명 하에 이루어지는 모든 일은 그저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라 생각하지만, 그 생각은 가짜일 뿐이고, 언젠가 새롭게 깨닫게 된다. 자기 자신의 등에 짊어진 건 그 물질적 안정의 누더기뿐이라는 걸.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소멸을 눈가림하기 위해 물질을 축적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축적해놓은 게 안정되고 영원하다고 믿도록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그래도 언젠가 결국 인생의 문은 닫힌다. 언젠가는 그 모든 걸 두고 홀연히 떠나야 한다.

 

 

 

 자녀분은요? 혹시 애완동물은요?”

 전혀 없습니다.”

 그런 세속적인 그물들을 어떻게 다 빠져나오셨어요?”

 

 

 

 아무리 봐도 댁은 함께 포커를 칠 사람은 아니야.”

 무슨 뜻이죠?”

 댁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거든.”

 

 

 

 언제 한 번 같이 쳐보면 알겠죠. 무조건 돈을 딸 수 있을 겁니다.”

 사양하겠소. 포커는 내게 이혼 법정이나 다름없으니까. 난 절대 이길 수 없을 거요.”

 

 

 

 전에는 강변에 있는 낡은 창고 건물을 썼죠. 허름한 건물이었지만 거기가 신문사 분위기로는 더 적합했어요. 지금은 신문사 문으로 들어설 때마다 내가 아이비엠 직원은 아닌지 착각할 정도죠.”

 

 

 

 아이를 잃고도 결혼생활이 지속되려면 부부 금슬이 아주 좋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 우리 부부는 그 정도로는 사이가 돈독하지 못했나 봐. 팔 개월 후 나는 마운틸폴스로 왔어. 벌써 칠 년이 지났지만 보즈먼에는 한 번도 가지 않았어. 남편과도 전혀 연락하지 않았지. 아니, 연락할 수 없었던 거야. 극복이 안 돼 그냥 덮고 사는 거야. 그냥 눈에 안 띄게 밀쳐 둔 거지. 그 일은 나만의 어두운 방이 되었어. 내 머릿속 한 곳에 그 어두운 방이 늘 존재하지. 아무리 애써도 없앨 수 없는 방.”

 

 

 

 산기슭으로 더 내려가자 내가 몬태나 주를 좋아한 이유가 분명해졌다. 한적한 도로와 광활한 하늘 때문이 아니었다. 몬태나의 고요를 존중하는 태도 때문이었다.

 

 

 

 사진가는 모든 장면을 뷰파인더를 통해 보기 때문에 위험에는 어느 정도 면역이 된다. 카메라가 방패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카메라 뒤에 있으면 어떤 피해도 입지 않을 듯 느껴진다. 카메라 덕분에 위기 상황에 대한 면책특권을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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