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의 기술1, 채드 하바크, 시공사, 2012(초판2쇄)
“글러브란 평범한 의미를 지닌 사물이 아니다.” <수비의 기술>에서 아파리치오는 설파했다. “내야수와 글러브를 떼어놓는 것, 심지어 머릿속으로라도 떼어놓는 것은 실책을 범하게 하는 한 원인이다.”
대학야구 감독들은 여자들과 다름없었다. 그들의 눈은 덩치가 가장 크고 우람한 사내들에게로 화살처럼 직행했다.
26. 유격수는 수비의 중심부에서 평정을 지키는 근거지이다. 유격수는 이 평정을 전파하고, 팀 동료들은 그에 따라 반응한다.
59. 땅볼 수비는 반드시 여유로운 행위, 그리고 이해의 행위로 보아야 한다. 공에 대항하는 게 아니라 공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 못하는 수비수들은 공을 적을 대하는 것처럼 칼로 찌를 듯 덤빈다. 적대감이다. 진정한 수비수는 공이 오는 경로를 그냥 내버려두고 공이 제 갈 길을 가게 함으로써 공을 이해하며, 서투르게 쩔쩔매기만 하는 수비의 근원인 자아는 소멸시킨다.
147. 다리를 이용하여 송구하라.
그는 대학이란 곳에서 한층 더 몸을 단련하기를, 삶이란 4차원적으로 살아내는 것임을 더 자주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랐다. 자기가 쓸 기숙사 가구를 손수 만들고, 자기가 먹을 식량 재배하는 법을 가르쳐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기는커녕 사람들은 하나같이 마음속에서 그리는 인생 얘기만 줄기차게 해댔다.
헨리는 뚜껑을 돌려 따고는 반짝이는 알루미늄 덮개를 벗겨냈다. 허연 가루 속에 투명한 수저가 해변에 버려진 장난감처럼 반쯤 파묻혀 있었다.
헨리를 유격수로 투입한 것, 그것은 마치 벽장 안에 처박아두었던 그림을 꺼내 최적의 자리에 걸어놓는 것과 같았다. 보는 사람들은 전에는 방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곧바로 까먹어버리는 것이다.
담배를 파는 병원이라… 병원에서 담배를 판다는 것이 파멸을 의미하는 것인지, 희망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삶의 폐허 속에 널브러져 있다고 느끼면서도, 그것에 대해 들려줄 사연이 전혀 없다는 것에 기분이 이렇게 나쁠 수가.
그녀는 상표를 사인펜으로 지워버리고 나서, 그 약을 ‘나의 하늘색 알약’이라고 불렀다.
게임 직전에는 세상과 마주하려고 입었던 유니폼을 벗어던지고 적과 마주하기 위한 유니폼으로 갈아입는다.
책을 읽는 행위에 인생의 얼마나 많은 부분을 바쳐왔던가.
“… 내 말하는데, 내가 라커 룸을 함께 썼던 선수들 거의 전부가 알코올중독자가 되거나 기독교 신자로 갱생하는 게 이 판이야. 술, 아니면 신이라고. 이게 이 야구라는 게임이 사람들한테 하는 짓이지. 이 게임의 이름 자체가 실패라고. 그리고 그 실패를 감당해내지 못하면 오래가지 못하는 거야. 완벽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
인생의 문제란 게 대부분 그렇듯, 문제는 분명 풋워크로 풀어야 할 것이었다.
“천 명이오.” 스파이로도커스 주방장이 몽땅한 팔로 주방과 음식 받는 줄과 식당 쪽을 훠이훠이 저었다. “매일같이 말입니다. 천 명을 상대하는 일은 제대로 해낼 수가 없는 거예요. 그저 해내야만 하는 일이지.이해가 갑니까?”
“오웬을 위해,” 그녀의 아버지가 잔을 치켜들며 말했다. “떨어지는 눈의 땅에서 그랬던 것처럼, 떠오르는 태양의 땅에서도 꽃을 피우기를.”
그는 최선을 다해 훈련했음을 나타내는 성스럽게 텅 빈 상태를 붙잡고 싶었다. 몸이 텅 빈 북 같은 상태가 되고 싶었다. 시원시원한 청회색 호수와 초록과 갈색과 회색이 섞인 캠퍼스가 가슴으로 들어와 허파를 열어젖혀 주기를 원했다.
그는 키스할 입술이 사라질 만큼 늙지는 않았다.
지워져가는 분홍빛 글자로 “엄마가 행복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아”라고 씌어 있었다.
“뭐 하는 거야?”
“턱걸이요.”
“몇 개나 할 수 있는데?”
그가 으쓱했다. “하던 거에서 하나는 언제나 더 할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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