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지겹다는 건
어떻게 보면,
‘나와 살아가는 것’이 지겹다는 것일 수 있다.
어제와 같은 생각을 하고
어제와 비슷한 성격을 토대로
어제와 비슷한 반응을 반복하는 나와
하루 이틀도 아니고
수십 년을 함께 한다는 건
정말이지 대단한 인내와 사랑이 아니면
견디기 힘든 일일 수 있다.
지겨운 나를 좀 다르게 느끼기 위해
새로운 취미를 개발하고
조금 더 다른 생각을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그러다 보면
나와 지내는 것이 조금 더 견딜만한 것이 되는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발발한다.
나는 이미 나 자신과 20년 이상을 지내왔기 때문에
내가 조금이라도 덜 지겹고
조금이라도 덜 지겨워지는 방법을 찾고자 애쓰는데
이런 날 처음 보는 사람은
나라는 사람의 개성에 ‘당혹’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나는
내가 가장 근사하게 꾸미고 있을 때조차
내가 근사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로부터 아무런 감흥을 받지 못하고
또 금방 지겨워져서
나도 모르게 차라리 바보짓이라도 하게 되는데
이건 정말 나와 오랜 시간 살아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상하게 느껴지고도 남을 일이다.
타인은 지옥이다
라고 사르트르가 말한 바 있는데,
직장 생활을 하면 할수록
타인의 개성에 계급이 더해질 때 일어날 수 있는
엄청난 피로감을 익히 알고 있기에
때로 내 개성이 타인에게도 그렇게 느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할 때면
내 개성을 조절하고 순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시 말해,
남들이 좋아할만한 성격을 꾸며내는 능력이 개발된다.
회사에서야 이런 노력 또한
연봉에 포함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기에 별 괴리감이 없는데,
이성 앞에서도 그러고 있는 나를 보면
돈과 내 개성을 거래하는 것처럼,
애정과 개성을 거래하는 것처럼 느껴져 괴롭다.
그러나 또 한 편
자기 개성만을 중요한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처럼
꼴보기 싫은 사람도 없고,
나답게 산다는 것도 참 풀리지 않는 숙제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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