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코리아 201306

 

 

 

 

 

인간은 왜 모험에 나서는가?

 

 

도파민의 왕성한 분비가 사람들로 하여금 목숨을 건 모험을 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미국 워싱턴대학교의 신경생리학자 래리 즈웨이펠은 말한다. "등산을 한다든지, 창업을 한다든지, 공직에 출마한다든지 등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동기가 생겨 행동하게 된 겁니다. 그 리고 그 동기는 도파민계의 작용으로 유발됩니다."

 

"도파민을 휘발유라고 생각해보세요." 신경심리학자 데이비드 잘드는말한다. "도파민이 부통 사람들보다 제어 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뇌에서 작용하게 되면 이 사람은 한계에 도전하게 됩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흔히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을 짜릿한 흥분을 즐기는 사람이나 아드레날린 중독자와 혼동하기도 한다.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도 역시 신경전달물질이지만, 우리가 특정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위험을 감수하게 하는 도파민과 달리 아드레날린은 우리를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준다. 뇌가 위협을 인지하면 혈류 속에 아드레날린이 배출되고 아드레날린은 심장과 폐, 근육 등 기타 신체 부위들을 자극해 우리로 하여금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달아나거나 싸우게 한다.

 그러나 탐험가들이 아드레날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는다. "북극 탐험가가 한달 동안 힘겹게 얼음을 헤치고 나가는 이유는 혈관 속에 흐르는 아드레날린 때문이 아닙니다. 뇌에서 분출되는 도파민 때문입니다." 잘드는 말한다.

 

 "오랫동안 대서양바다코끼리가 있는 곳에서는 잠수를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죠. 북극 얼음 밑에서 헤엄치는 대서양바다코끼리의 사진이 많지 않은 이유는 두께가 몇 터나 되는 얼음에 구멍을 뚫고 0°C가 겨우 넘는 차가운 물속으로 뛰어들어 방해를 받으면 매우 공격적으로 돌변할 수 있는 1360kg에 가까운 동물에게 접근하는 일은 엄청나게 어렵고 위험하기 때문이에요. 죽기 십상이에요." 그는 말한다.

 

눌프 파인스 경(69)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탐험가라고 불리다. 그는 이 호칭을 거부하지만 그의 이력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손가락을 몇 개 잃었고 심장마비에도 걸렸으며 혼수상태에 빠진 적도 있는데요. 왜 탐험을 하나요?

나의 오랜 원정대를 대표해서 말하자면 우리는 단지 최초가 되고 싶을 뿐이에요. 탐험 중간중간에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 자선 기금을 모으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장 큰 동기는 아버지가 했던 일을 못했다는 것이죠. 스코틀랜드 최후의 기병대를 지휘하지 못했죠.

 

 가장 위험했던 모험을 한 가지 들자면 어떤 게 있나요?

2007년 나는 고소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 스위스의 아이거 봉을 등반했어요. 그러나 정상에 도달했을 때 아래를 내려다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내가 그 등반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두려움을 직시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지요.

 

 실패로부터 어떻게 재기하나요?

40년에 걸친 탐험을 수학적으로 요약하면 50%는 실패라고 생각해요.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게 될 것이라는 장담도 못하죠. 성공이 확실하다면 다른 각도에서 다른 접근 방식으로 도전할 수 있죠.

 

게를린데 칸텐브루너(42) 2011 8월 여성으로서는 사상 최초로 K2 등반에서 산소통 없이 8000m 이상 봉우리인 14좌를 모두 등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 오스트리아 여성은 다른 사람들은 포기하고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가슴까지 쌓인 눈과 영하의 기온, 낙석을 헤치고 나아갔다. 그런데도 이 노련한 등반가는 대부분의 경우 "상당히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말한다.

 

 왜 산에 오르나요?

필요한 것들만 가지고 산에 있을 때 온전히 내 자신이 된 듯한 느낌이 들어요. 완전히 집중하면 자유로워지죠. 오직 등반만이 있고 그 밖의 다른 것은 존재하지 않아요.

 

 가장 중요한 사실은 내면에 이런 열정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열정이란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게 가장 좋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당신의 영혼과 당신의 몸, 당신의 본능에 귀를 기울여야 해요. 무언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거기에 다다를 방법을 찾을 겁니다. 하지만 열정이 없다면 무의미하죠.

 

 

 

 

 

 

 

최초의 호주인들

 

 

바툼빌은 눈에놀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녀는 거리낌없이 눈에놀이를 죽이면서도 자이 눈에놀이와 관계가 있다고 믿는다. 그녀는 눈에놀이를 '할머니들'이라고 부른다. 한번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낮잠을 자려고 했는데 '할머니들'의 등쌍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웃는 걸로 봐서 재미삼아 하는 말이었지만 내심 진지했다. 눈에 놀이는 성가신 존재일지 모르나 그녀가 사는 땅의 일부이고, 그렇기 때문에 영혼이 깃들어 있고 근본적으로 제각기 목적을 갖고 있다. 그날 눈에 놀이의 목적은 그녀가 낮잠을 자지 못하게 해서 인생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려는 것인 듯하다고 바툼빌은 말했다.

 

호주의 숲에 사는 동물은 모두 독성이 있는 듯하다. 갈색왕뱀, 수수두꺼비, 붉은등거미, 타이판독사 등은 모두 맹독성이다. 바다에서도 마음대로 헤엄칠 수 없다. 상자해파리, 점박이무늬가오리, 푸른점문어 외에 상어도 수십 종이나 된다. 게다가 6m까지 자라는 '솔티'라고 하는 바다악어도 있다. 내가 마을에 머무는 2주 동안 일곱 살짜리 소녀와 아홉 살짜리 소년이 바다악어에게 희생됐다. 바툼빌에게 애도를 표했지만 그녀는 덤덤했다. 흔히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파가 몰려드는 에베레스트 산

 

 

2012 5 19일 힐러리 스텝은 등산객들로 꽉 막혔다. 정상 바로 아래에 위치한 이곳 12m의 암벽에서 체온이 계속 떨어지는데 두 시간 넘도록 기다리는 사람도 많다. 그럼에도 234명이 이날 정상에 올랐다. 네 명은 사망했다.

 

에베레스트 산 남동릉 루트의 고지대 캠프에서 한 시간가량 더 올라간 지점에서 셰르파 파누루와 나는 첫 번째 시체를 발견했다. 사망한 사람은 마치 눈 속에서 낮잠을 자는 듯 겉옷에 달린 모자로 머리를 반쯤 덮은 채 옆으로 누운 상태였다. 방한 바지의 찢어진 틈으로 거위털이 흩날렸다. 10분 뒤 우리는 또 다른 시체를 만났다. 여성의 시체였는데 캐나다 국기로 덮여 있었고 펄럭거리는 깃발은 버린 산소통에 눌려 고정돼 있었다.

 

 해발 8230m 위에서 우리는 사람들 틈에 끼어 체력과 등반 실력에 상관없이 다른 이들과 정확히 같은 속도로 움직여야만 했다. 자정이 되기 전 어둠이 밀려들면서 나는 컴컴한 하늘 위로 줄줄이 올라가는 불빛들을 바라봤다. 산을 오르는 이들의 헤드램프에서 나오는 불빛이었다. 내 위로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어느 암반 지대에서는 적어도 20명은 되는 이들이 얼음 위에 엉성하게 박은 피켓에 달아놓은 밧줄 하나에 매달려 있었다. 피켓이 뽑히기라도 하면 이들은 무게 때문에 전부 밑으로 굴러 떨어져 죽을 것이다.

 

에베레스트 산 등정은 언제나 영광스러운 전리품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해마다 4000명 가까이가 정상 등정에 성공하는 데다 한 번 이상 정상에 오른 이들도 많아서 에베레스트 산 등정의 의미가 50년 전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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