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엮다, 미우라 시온, 은행나무, 2013(13)

 

 

 

 

 하얀 셔츠 디자인은 어딘지 모르게 유행에 뒤처졌고, 차림새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지만, 피부에는 탄력이 있다. 아직 젊다. 앞으로 몇 십 년 세월을 사전에 바칠 수 있을 정도로.

 

 

 

 "한창 활동하는 남성이 중심이 되어 편찬을 추진하는 일이 많아서 패션이나 가사와 관련된 용어가 불충분한 경향이 있어요."

 

 

 

 하나의 말을 정의하고 설명하려면 반드시 다른 말을 써야 한다. 말이라는 것을 이미지화 할 때마다 마지메의 뇌리에는 목제 도쿄타워 같은 것이 떠오른다. 서로 보충하고 서로 지탱하며 절묘한 균형으로 선 흔들리기 쉬운 탑. 이미 존재하는 사전을 아무리 비교해도, 아무리 많은 자료를 조사해도 잡았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말은 마지메의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 위태롭게 무너져 실체를 무산시킨다.

 

 

 

"요리를 하고 있으면 가끔 관람차를 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아무리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도 한 바퀴 돌고 나갈 뿐이잖아."

 

 

 

 아무리 훌륭한 사전이어도 시대에 뒤처지는 숙명을 피할 수 없다. 말은 생물이기 때문이다.

 

 

 

 사전 원고는 다소 특수하다. 잡지에 싣는 기사나 소설과 달라 집필자의 특성이나 문장의 개성 같은 것은 그리 존중되지 않는다. 사전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간결하게, 적확하게 표제어를 말로 설명할 수 있는가'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물건을 집기 힘들어졌어요."

마지메는 웃으며 말했다. 자료를 너무 뒤져서 지문이 닳아버린 것 같다고 했다.

 

 

 

 "아까 엄청 신음하던걸요?"

 "그랬습니까? 그러고 보니 재교를 보낼 날인데 정자가 아닌 글자체가 섞여 있는 걸 발견하는 꿈을 꾼 것 같군요."

 

 

 

 많은 말을 가능한 한 정확히 모으는 것은 일그러짐이 적은 거울을 손에 넣는 것이다. 일그러짐이 적으면 적을수록 거기에 마음을 비추어 상대에게 내밀 때, 기분이나 생각이 깊고 또렷하게 전해진다. 함께 거울을 들여다보며 웃고 울고 화를 낼 수 있다.

 

 

 

 기시베도 최근에는 '모르는 것을 모호한 채로 두지 않는다'는 사전편집부 분위기에 물들었다.

 

 

 

 갈림길이 나타날 때마다 편한 쪽으로 흘러가도록 안일하게 살며 일을 해 왔을 뿐이니.

 

 

 

 영업부장의 뜨거운 연설은 계속 됐다. "정이 깊었지만 떠날 때는 깨끗한 여자 같은 종이를 만들라고요. 어떻습니까, 이 비유. 미끈거리는 손맛이란 걸 잘 표현했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마지메씨가 '기억이란 말이다'라고 하더군요.

 

가구야는 설거지 하던 손을 멈추고 말을 계속했다. "맛있는 요리를 먹었을 때 어떻게 맛을 언어화하여 기억해 둘 수 있을까. 요리사에게 중요한 능력이란 그런 거란 걸 사전 만들기에 몰두한 마지메 씨를 보고 깨달았답니다."

 

 

 

 마쓰모토 선생은 얼굴을 들고 아름다운 나비를 잡은 소년처럼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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