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아사이 료, 은행나무, 2013(12)

 

 

 

 

 목도리를 다시 두르고 지하철을 나오니, 콘크리트에 무슨 표시를 하는 것처럼 빗방울이 똑똑 떨어졌다. 먼지 냄새 같은 독특한 냄새가 나는 걸로 보아 이제 막 내리기 시작한 모양이다. 륙색에서 접는 우산을 꺼내기가 귀찮아 등을 동그랗게 말고 총총 걸었다. 슈퍼에 들어가 볶음밥 재료와 삼겹살과 낫토와 우유를 샀다. 어느 물건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는 이미 알고 있다. 나는 별과 별을 잇듯이 슈퍼 안을 바삐 움직였다. 내가 걸어간 곳을 선으로 이으면 '자취 생활'이라는 별자리가 완성 될 것 같다.

 

 

 

 "거짓이어도 좋으니 지금부터 면접용으로 얘기할 것을 준비해 두면 실제로 면접에서 얘기할 때는 그게 정말처럼 생각될 테고....... 지금부터 이런 걸 확실히 준비해둬서 손해 보는 일은 없을지도 모르겠네."

 

 

 

 "면접이란 게 자신이 가진 카드를 하나하나 꺼내는 작업 같은 거지만, 어차피 어떤 카드든 뒤집어서 내는 거야. 얼마든지 거짓말을 할 수 있지. 물론 거짓말이란 게 들키면 끝이지만."

 

 

 

 취업활동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는 물론 시험에서 계속 떨어지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거절 당하는 체험을 몇 번이나 되풀이한다는 것은 고통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별로 대단치 않은 자신을 대단한 것처럼 계속 얘기해야 하는 일이다. 지금부터 모의 엔트리시트를 준비해두면 자신을 계속 속이는 출발점이 빨라지는 만큼, 면접을 볼 즈음에는 그 고통이 둔해질지도 모른다.

 

 

 

 무대는 무한히 이어집니다.

 

 

 

 나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순간을 본 적이 있다.

 

 

 

 정말로 중요한 이야기는 트위터에도, 페이스북에도, 메일에도, 그 어디에도 쓰지 않는다. 정말로 호소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런 데에 쓰고 답장을 받는다고 만족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 보여 주는 얼굴은 항상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어느 순간 현실의 얼굴과 괴리가 생긴다. 트위터에서는 전혀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았으면서, 하고 멋대로 불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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