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율표, 프리모 레비, 돌베개, 2012(초판 5쇄)
우리가 숨쉬는 공기 속에는 이른바 비활성 기체라고 하는 것들이 있다. 이것들은 박식하게도 그리스어에서 따온 진기한 이름을 갖고 있는데, 각각 '새로운 것'(네온), '숨겨진 것'(크립톤), '움직임 없는 것'(아르곤), 그리고 '낯선 것'(제논)이라는 뜻을 지닌다. 이들은 정말로 활성이 없어서, 그러니까 자신들의 처지에 만족하고 있어서 어떤 화학 반응에도 개입하지 않고 다른 원소와 결합하지도 않는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비활성 기체는 수세기 동안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지낼 수 있었다.
그것은 또 스무 살짜리들의 자연스럽고 놀라운 친밀함도 아니었다. 나는 산드로와는 한 번도 거기까지 도달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비록 우리 나이가 머릿속이나 바깥에 꽉 차 있는 것들을 상대에게 쏟아내고 싶은 욕구와 본능, 능청스러움을 갖춘 나이이기는 했지만(그런데 이런 나이란 꽤 오래 지속될 수 있지만 한 번이라도 타협을 하게 되면 끝나버린다), 산드로의 냉담한 껍질은 뚫리지 않았다.
산드로는 시계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시계의 묵묵히 계속되는 충고를 방자한 간섭으로 여겼다.
오늘에 와서, 한 인간을 언어로 옷을 입혀 인쇄된 종이 위에서 다시 살게 하는 것이 부질없는 일임을 나는 잘 알고 있다. 특히 산드로와 같은 사람이 그렇다. 그는 책을 출간하거나 기념비를 세워 기릴 수 있는 종류의 사람이 아니다. 그는 기념비를 비웃었다. 그는 완전히 행동으로 살았다. 행동이 끝났으므로 그에게서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애초에 화학은 물질의 핵심으로 인도해주었고, 물질은 우리 편이었다. 파시즘에게 소중한 '정신'이 우리의 적이었으니까.
증류는 아름답다. 무엇보다 느리고 철학적이며 조용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 작업은 사람을 분주하게 하지만 다른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자전거 타기와 비슷한 일이다.
액체에서 (보이지 않는) 증기로, 증기에서 다시 액체로 말이다. 위로 아래로 두 겹의 여행을 하는 사이 마침내 순수한 것에 도달한다. 이것은 모호하면서도 매혹적인 조건이다.
나는 더 세속적이고 구체적인 또 하나의 도덕률을 생각했는데, 전투를 좋아하는 화학자라면 누구나 그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거의 같은 것(나트륨은 칼륨과 거의 같다. 하지만 나트륨을 썼더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실질적으로 같은 것, 유사한 것, '혹은' 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 것, 대용품, 미봉책은 믿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차이는 아주 작을지 몰라도 결과는 엄청나게 다를 수 있다. 마치 철로의 선로변환기처럼 말이다. 화학자 일의 상당 부분은 바로 그러한 차이에 주의하고, 그것을 제대로 알고서 결과를 예상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화학자에게만 해당하는 일은 아니다.
그때까지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었던 사서는, 목에 걸린 쇠사슬과 배고픔 때문에 사나워지기로 결심한 불쌍한 개들 중의 하나인 경비견처럼 도서관을 지켰다.
사람에게 먹히는 게 포도주의 운명이고 산화되는 것이 포도당의 운명이다. 하지만 즉시 산화되지 않고 포도주를 마신 사람의 간 속에서 얌전히 몸을 말아 웅크린 채 일주일 이상 머문다. 갑작스럽게 힘이 필요할 때 사용할 예비식량처럼. 다음 일요일 겁에 질려 달아나는 말을 쫓아가면서 써버리게 될 힘이다. 육각형 구조와는 작별이다. 불과 몇 초 사이에 타래가 풀려 다시 포도당이 되었으며 흘러내리는 피에 끌려 허벅지 근육의 섬유질까지 갔다. 그리고 거기서 잔인하게 피로의 슬픈 전령인 두 개의 젖산 분자로 나뉘었다. 몇 분이 지난 조금 뒤에서야 숨가쁜 호흡을 한 폐가 침착하게 젖산을 산화시키는 데 필수적인 산소를 준비했다. 그렇게 해서 새로운 이산화탄소는 대기 속으로 돌아왔고 태양이 포도넝쿨에 허용했던 에너지 꾸러미는 화학 에너지 상태에서 기계적 에너지의 상태로 옮겨 갔다. 그래서 게으른 열의 상태에 몸을 맡기고, 달리기와 주자走者의 피로 움직이는 공기를 따듯하게 만들었다. '삶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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