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마 선생의 조용한 세계, 모리 히로시, 작은씨앗, 2013(초판 1)

 

 

 

 

 정리란 문장을 쓰라는 의미다. 그 전까지의 성과는 숫자나 도표였다. 그것들의 의미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나뿐이다. 나카무라 선배도 모르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가령 내가 교통사고로 지금 죽으면 내 파일에 있는 데이터의 의미는 아무도 모를 게 분명하다. 그것들을 누구나 알 수 있게 해두는 것, 즉 문장으로 쓰는 것, 일종의 유언 같은 것이 논문이다, 하고 나카무라 선배가 말했다.

 

 

 

 먼 곳이 보여야 비로소 먼 곳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불교와 모든, 진정한 기예의 연마가 요구되는 침묵은 단순히 말하면 현세와 자기로부터 결별할 수 있어서 무無로 돌아가는, 그렇게 하기 위해서 오히려 무한히 채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분석을 해봤자 소용없는 일이지만, 젊은 남자는 가끔은 주위에 있는 여자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남자들끼리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것은 사회주의나 미일美日안전보장에 대해 토론을 하는 것과 똑같은 차원으로, 그 자리에서 생각해 말하는 것뿐이다. 동료 의식을 확인하는 메커니즘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 후......, 학교로 돌아가는 길 내내 우리의 침묵은 최고로 무거웠다. 커다란 배낭을 등에 지고 에너지를 절약하면서 산을 오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선생은 "그래"하고 알루미늄포일처럼 가벼운 대답밖에 해주지 않았다.

 

 

 

 "비밀이라고 하면서 말하니까 소문이 퍼지는 거야."

 

 

 

 일로 번 돈은 순식간에 '생활'로 전부 사라지는 구조가 된다. 어른이란 이 구조 속에 있는 사람들로, 어느새 나도 그 사람 가운데 하나가 되어버렸다.

 

 

 

 "그래, 그게 맞지. 그런데 안 그렇단 말이야.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너처럼 수식만 생각하는 사람을 머리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거든. 정말이야. 얼굴 보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어.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마음이 부족해서야. 그렇기 때문에 사람의 기분을 읽지 못하는 거지. 묻지마 살인이 일어나면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토론을 해서 결국 범인은 인간으로서의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안심하지. 그런 사람이 대부분이니까."

 

 "이상해. 그렇게 마음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정말 이상해. 다들 이상해. 수식을 열심히 생각하는 사람도 다른 사람에 대해 인정하는데, 인간의 마음이 어쩌니 저쩌니 말하는 사람은 수식을 생각하는 사람을 인정하지 않아. 타인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인간으로서 부족한 거 아냐?"

 

 

 

 "글쎄, 그냥. 이유를 말로 들어도 결국은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추상화 할 수 없어. 추상화할 수 없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거야. 말을 들어도 이해한 게 아냐. "

 

 

 

 결국 산을 오르면서 산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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