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2권,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2013(1판23쇄)
"희망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시련이 있다. 네 말이 맞아. 그건 확실해. 단지 희망은 수가 적고 대부분 추상적이지만, 시련은 지긋지긋할 만큼 많고 대부분 구체적이지."
<공기번데기>는 진즉에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자취를 감췄다. 1위에 오른 건 <먹고 싶은 거 먹고 싶은 만큼 먹으면서 살빼기>라는 다이어트 책이었다. 훌륭한 제목이다. 안이 완전한 백지여도 잘 팔릴지 모른다.
후카에리는 그 뇌우의 밤에 덴고와 교접함으로써 그의 마음 속에서 중요한 무언가를 가져간 것이다. 방에서 가구를 실어내듯이. 그런 마음이 들었다.
쓸데 없는 생각은 하지 말자고 우시카와는 마음먹었다. 살갗을 좀더 두껍게 하고, 마음의 껍질을 단단하게 만들고, 하루하루를 하나씩 규칙적으로 쌓아나가는 것이다. 나는 단지 기계에 지나지 않는다. 유능하고 참을성 있고 무감각한 기계. 한쪽 입으로 새로운 시간을 들이쉬고, 그것을 헌 시간으로 바꾸어 다른 한쪽 입으로 토해낸다. 존재하는 것, 그 자체가 이 기계의 존재 이유이다.
"어떤 사람이든 사고나 행동에는 반드시 패턴이 있고, 그런 패턴이 있으면 거기에 약점이 생기지."
"무슨 학술조사 같군요."
"패턴이 없으면 인간은 살아갈 수 없어. 음악에서의 테마 같은 거야. 하지만 그건 동시에 인간의 사고나 행동에 틀을 만들고 자유를 제약해. 우선순위를 바꾸고, 어떤 경우에는 논리성을 왜곡하지."
아무도 없는 방을 상상하는 것은 사후의 세계를 상상하는 것과 얼추 비슷하다.
"쾌락이라는 건 대체로 고만고만하지만, 고통은 나름나름으로 미묘한 차이가 있지. 묘미라고까지는 할 수 없겠지만. 어때,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나는 신에 대해 잘 몰라. 아니,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어지간히 고생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신에 대해 별로 좋은 인상은 갖고 있지 못해.그리고 거기는 항상 추운 곳이었어. 한여름에도 추웠어. 상당히 춥거나, 지독히 춥거나, 둘 중 하나였어. 신이 혹시 있다고 해도 나에게 친절했다고는 도저히 말 못 해. 하지만 그런데도 그 말은 내 영혼의 가느다란 주름 틈새에 조용히 스며들더란 말이지. 나는 이따금 눈을 감고 그 말을 수없이 머릿속에서 외워. 그러면 기분이 이상하게 차분해지지. '차가워도, 차갑지 않아도, 신은 이곳에 있다.'"
"셰익스피어가 썼듯이," 다마루는 그 일그러진 무거운 머리를 향해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오늘 죽어버리면 내일은 죽지 않아도 돼. 서로 되도록 좋은 면을 보도록 하자고."
덴고는 생각하기를 멈추고 흘러가는 시간 속에 자신의 거처를 정했다. 이렇게 시간을 자연스럽게, 균등하게 흘러가게 하는 것, 그것이 지금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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