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코리아, 2014년 4월
통근 과학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출퇴근 혼잡 시간대인 오전 8시에 교통 체증이 가장 심하다. 통근 시간이 지루하거나 몹시 짜증나는 이유가 교통사고, 연료비, 그리고 대중 교통의 질 때문만은 아니다. 교통 분석학자 짐 백에 따르면 통근 시간을 좌우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이 있다. 바로 경제 상황이다.
"2008년 불황이 닥쳤을 때 미국 전역에서 교통 혼잡이 30%정도 감소했습니다." 그는 말한다. 그로부터 4년 후인 2012년에는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로 특히 젊은층의 실업률이 급증하자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고 스페인의 운전자들이 도로에서 보내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액체 식량
컴퓨터 프로그래머 롭 라인하트는 식량의 미래가 농업이나 축산업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라인하트는 더이상 전통적인 식사에 시간이나 돈을 들이고 싶지 않아 대안으로 '음식물을 분자 수준으로 잘게 쪼갰다.' 그는 수개월에 걸쳐 인체 세포의 구성 요소와 그 세포들이 만들어내는 물질을 연구한 끝에 걸쭉하고 별다른 맛이 없는 음료를 만들어냈다. '소일런트'라는 이 음료를 마시면 입안에 인공적인 맛이 살짝 남는다. 이 음료에는 탄산칼슘, 구리, 셀레늄을 비롯해 30여 개의 성분이 들어 있다.
라인하트는 비용 절감과 효율성만을 따진 게 아니다. 그는 소일런트가 식량 부족에 허덕이는 지역들에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농업과 무관하게 탄생한 식량은 훨씬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하죠." 그는 말한다.
석탄
석탄은 우리가 사용하는 가장 더럽고, 가장 치명적인 에너지원이다. 그러나 이런저런 기회비용을 따져봤을 때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기도 해서 우리는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최대 화두는 석탄이 과연 '깨끗'해질 수 있느냐 여부가 아니다. 석탄은 깨끗해질 수 없다. 문제는 석탄이 과연 국지적 재난뿐 아니라 지구의 급격한 기후변화를 방지할 수 있을 만큼 깨끗해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산시 성의 한 석탄 부두에서 일꾼들이 컨베이어벨트가 지나가는 동안 값싼 석탄에서 돌멩이를 골라내고 있다. 종종 석탄 가루를 막아줄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고 작업하는 이 일꾼들은 11시간 교대 근무를 하고 3달러를 번다.
우주의 새벽을 보다
항성의 탄생 과정을 관찰하려면 직경이 웬만한 도시들보다 큰 망원경이 필요하다. 여러분에게 '알마' 망원경을 소개한다.
1999년, 미국 국립과학재단(NSF)과 ESO는 협업 약정서에 서명을 하고 직경 12m짜리 안테나를 각각 32개씩 세우기로 했다. 일본은 추가 배열에 필요한 안테나 16개를 제공하기로 했다.
그리해서 20여 년에 걸쳐 세계에서 가장 외딴 지역 가운데 한 곳을 최신식 천문대로 변모시키는 작업이 시작됐다. 우선 수십 년 전 칠레 군대가 볼리비아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매설한 지뢰들을 찾아내 제거해야 했다. 또 그 지역에 송유관 건설을 계획하고 있던 정유사를 설득해서 경로를 변경하도록 협상도 별여야 했다. 시제품 안테나는 미국 뉴멕시코 주에서 시험을 거친 후 설계가 변경됐다. 비용은 상승했고 갈등이 일어나고 타결되기를 거듭했다. NRAO와 ESO는 안테나 설계안에 이견을 보였는데, 어느 정도는 서로 고국의 제조업체를 고지한 게 원인이었다. 결국 그들은 두 업체를 모두 선정해 각자 두 가지 설계안으로 안테나를 제작하기로 하고 그 수도 각각 25개로 줄였다. 또 다른 골칫거리는 산페드로였다. 워낙 작은 마을이라 전화선은 달랑 두 개였고 주유소도 하나뿐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산중턱에 작은 도시를 세워야 했어요." NARO소속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북아메리카 측 수석 과학자 앨 우튼은 말한다.
여러개의 안테나 가운데 무게가 약 100t에 이르는 첫 안테나가 미국을 출발해 2007년 4월 칠레 안토파가스타 항구에 도착했다.
그 후 5년에 걸쳐 안테나들이 계속 도착했다. 이들 안테나가 일사불란하게 하나의 망원경처럼 작동하도록 설치하는 일은 극도로 정밀한 작업이었다. 안테나들은 신호에 맞춰 동시에 회전하고 1.5초 안에 우주에 있는 동일한 목표물에 초점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안테나들이 수신한 신호들을 일목요연하게 통합하기 위해 현장에 거대한 슈퍼컴퓨터를 설치해야 했다. 이 컴퓨터로 안테나에 전달된 신호가 케이블을 통해 데이터 처리 센터까지 가는 거리를 조정하고 온도 변화에 따른 케이블의 팽창과 수축을 보정할 수 있다.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집합체의 약어인 '알마'망원경은 2013년 3월부터 정식으로 가동했지만 이미 그 전부터 제 몫을 해내고 있었다. 2012년에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의 연구진이 작동 중인 안테나 16개만 가지고 항성이 폭발적으로 탄생하고 있는 먼 은하 26군데를 관측했다. 연구진은 그 은하들이 평균 117억 광년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이는 우주가 20억 년밖에 안 됐을 때 항성이 생겨나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격렬한 항성의 탄생은 적어도 10억 년이 더 지나서 시작됐다고 보는 게 당시의 정설이었다.
애완용 야생동물들
사람이 야생동물을 애완동물로 기르면 야생동물은 이상한 동물로 바뀌고 만다. 결국 이색 애완동물을 소유하는 행위를 통해 우리는 야생동물을 야생 환경에서 격리시키면 녀석들의 야성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인간이 만들어낸 환상이 차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색 애완동물에 환상을 불어넣는 인간은 세상에서 가장 잘 길들여진 동물인 동시에 가장 야성을 잃지 않은 동물이기도 하다.
프랑스에서 발견된 고대의 난파선이 전하는
로마인 이야기
롱과 잠수부들은 어두컴컴한 환경과 오염 물질, 그리고 병원균에 익숙해져야 했다. 자주는 아니지만 슈퍼마켓 카트와 망가진 자동차들 사이에서 큰바다자동자개와 맞닥뜨릴 때도 있었다. 길이가 2.5m나 되는 이 괴물 같은 녀석은 어두컴컴한 곳에서 불쑥 나타나 잠수부의 물갈퀴를 덥석 물곤 했다. "녀것ㄱ에게 물갈퀴를 물린 채 끌려가는 순간 엄청난 고독이 엄습합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순간입니다." 롱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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