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코리아, 2014년 3월
침으로 복원한 미술품
적어도 17세기 이후부터 미술품 복원가들은 미술품에 난 흠집을 없애기 위해 아교, 재, 양파, 심지어 맥주를 사용했다. 오늘날에는 젤이나 레이저를 사용하지만 오래전부터 오늘날까지 꾸준히 쓰이는 물질이 있다. 바로 침이다.
지난해 여름,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한 복원가는 자신의 침을 이용해 2500년 된 이집트 미라인 파다헤르셰프를 깨끗이 닦았다. 사람의 침에 들어있는 효소가 지문에서 나오는 기름기를 비롯해 갖가지 기름때를 용해하고 제거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침은 물보다 점성이 높아 물감이 굳으면서 갈라진 틈새로 스며들지 않는다. "주로 때나 그을음 아니면 니코틴이 묻은 곳에 침을 사용하는 편이에요."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 있는 인터뮤지엄 복원 협회의 미술품 복원가 앤드리아 쉐발리에가 말한다. 복원 과정은 더디게 진행된다. 일반적인 초상화의 경우 복원가 한 명이 다섯 시간을 작업해야 하는데, 면봉에 침을 묻혀 더러운 부분을 부드럽게 닦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쉐발리에는 "침이 많이 생길 수 있도록 물 한 컵을 옆에 두고 수시로 마시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시리아: 전쟁이 가져온 혼돈
끝나지 않은 여정
시리아의 복잡한 유혈 내전으로 2013년 말까지 성인 남녀와 어린이를 통틀어 약 900만 명이 집을 잃었다. 그중 대다수는 시리아에서 불안이 덜한 지역으로 이주했지만, 대략 네 명 가운데 한 명은 폭력과 혼돈, 점차 심화되는 식량∙의약품∙기타 필수품의 부족을 필사적으로 피해 국외로 피난했다. 이 그칠 줄 모르는 탈출 행렬은 이웃 국가들에 인도적 위기를 초래했고 유럽과 그 너머지역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분쟁이 3년째에 접어들고 있음에도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라에다는 열다섯 살일 무렵 가족이 살던 시리아 알레포의 집 근처에서 폭발이 일어나 파편에 맞는 바람에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현재 그녀는 레바논 사드나옐 인근 농가에 세 든 천막에서 부모를 도와 남동생 칼레드를 돌본다. 이 임시 숙소에는 일가친척 11명이 살고 있다. 원조 활동가들은 '잃어버린 세대', 즉 난민이 됐거나 어쩔 수 없이 피난을 간 시리아 아이들을 염려한다. 많은 아이들이 끔찍한 일을 목격했거나 몸소 겪었다. 그들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제한돼 있거나 아예 없으며 아동 노동은 물론 조혼이나 다른 형태의 성적 학대를 강요당하는 경우도 있다.
별들의 포식자, 블랙홀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밀도가 너무 높아서 빛조차 벗어날 수 없는 '붕괴된 별', 즉 블랙홀은 실제로 존재하기에는 너무나 터무니없는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틀렸다.
블랙홀이라는 이름은 빈 공간을 연상시키지만 사실 블랙홀은 우주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물체로 엄청난 중력을 가지고 있다. 거대한 별이 붕괴되면서 생성되는 항성 블랙홀은 질량이 태양의 10배에 달하는 물체도 미국 뉴욕 시만한 크기로 압축시킬 수 있다. 은하 중심에 있는 거대 블랙홀은 질량이 태양의 수십억 배에 달하는데 이들의 기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100년 전 아인슈타인은 질량을 가진 별과 행성, 그 외 모든 물질은 중력을 가지며 이로 인해 우주 공간이 고무로 된 막처럼 구부러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물체의 질량이 클수록 중력도 커진다. 어마어마한 질량을 가진 블랙홀은 빛조차 빠져나갈 수 없는 중력의 '구덩이'를 만들어낸다.
우리 태양계의 별인 태양은 조용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별들 가운데 태양의 질량은 평균치에 불과해서 약 50억 년 후 마지막 남은 수소 연료마저 다 타버리고 나면 태양의 외곽층은 떨어져나가고, 핵은 결국에는 수축해 지구만 한 크기의 백색왜성이 될 것이다.
태양보다 10배가량 큰 별의 죽음은 훨씬 더 극적이다. 초신성 폭발이 일어나면서 외곽층은 우주 공간으로 흩어지고, 핵은 중력에 의해 수축돼 직경 약 20km의 회천체인 중성자별이 된다. 각설탕만 한 중성자별 조각이라도 지구에서는 그 질량이 10억t가량 될 것이다. 중성자별의 중력은 매우 강력해 마시멜로 한 조각을 그 위에 떨어뜨려도 원자 폭탄 급의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것도 태양 질량의 20배가량 되는 별의 죽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우주의 전 생애에 걸쳐 1000분의 1초마다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됐던 규모의 원자 폭탄을 터뜨린다고 해도 그 별이 붕괴되면서 마지막 순간에 내뿜은 에너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 별의 핵은 급속도로 수축되고 온도는 550억℃에 달하게 된다.
중력의 힘도 막강해 에베레스트 산보다 큰 쇳덩어리도 순식간에 모래알 크기로 압축시켜버린다. 원자는 전자, 양성자, 중성자로 쪼개지고 이들 소립자마저도 더 작은 단위인 쿼크, 렙톤, 글루온으로 분해된다. 그리고 이들마저도 갈수록 더 작고 더 밀도가 높은 입자로 분해된다.
그 이후의 과정은 아무도 모른다. 이토록 중대한 현상을 설명하려고 들면 우주를 지배하는 원리를 설명하는 두 가지 주요 이론인 일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뒤죽박죽 돼버린다.
그 별은 블랙홀이 됐다.
블랙홀을 우주에서 가장 어두운 구멍이라고 하는 이유는 블랙홀의 중력을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속도 때문이다.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려면 약 초속 11km의 속도가 필요하다. 이는 총알이 날아가는 속도의 6배 정도로 매우 빠르다. 하지만 1959년 이후 인간이 제작한 로켓들은 이 속도를 뛰어넘고 있다. 우주에서는 그 어떤 것도 빛의 속도인 초속 29만 9792km를 뛰어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속도도 블랙홀의 중력을 벗어날 수 있을 정도로 빠르지는 않다. 따라서 블랙홀에서는 한 줄기의 빛도 빠져나올 수 없다.
블랙홀은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우리 은하 중앙에 위치한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의 430만 배에 달한다. 이웃 은하인 안드로메다에 있는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의 1억 배다. 그 외에 태양 질량의 10억 배, 심지어 100억 배에 달하는 블랙홀도 있다. 블랙홀이 처음부터 이렇게 무거웠던 것은 아니다. 사람이 매 끼니를 섭취하며 몸무게가 늘어나듯 블랙홀도 시간이 지나면서 무거워진다.
블랙홀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블랙홀은 우주 공간에 있는 빈 구멍으로 물리학자들이 흔히 말하듯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블랙홀의 존재는 그 블랙홀이 주변에 미치는 영향으로 유추한다. 이는 마치 창밖의 나뭇가지들이 한 방향으로 구부러져 있는 모습을 보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강한 바람이 불고 있음을 확신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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