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문학동네, 2014(18)

 

 

 

 프랜시스 톰프슨이라는 자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모두 타인의 고통 속에서 태어나 자신의 고통 속에서 죽어간다."

 

 

 

 작곡가가 악보를 남기는 까닭은 훗날 그 곡을 다시 연주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악상이 떠오른 작곡가의 머릿속은 온통 불꽃놀이겠지. 그 와중에 침착하게 종이를 꺼내 뭔가는 적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거야. 콘 푸오코con fuoco- 불같이, 열정적으로- 같은 악상 기호를 꼼꼼히 적어넣는 차분함에는 어딘가 희극적인 구석이 있다. 예술가의 내면에 마련된 옹색한 사무원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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