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소녀시대, 요네하라 마리, 마음산책, 2013(1판7쇄)
다른 이의 재능을 이렇게 사리사욕 없이 축복해주는 넓은 마음, 사람 좋은 성향은 러시아인 특유의 국민성이 아닐까 하고 깨닫게 된 것은 그로부터 4반세기나 지나서다. 러시아어 통역으로 많은 망명 음악가와 무용가를 접했는데 그들은 내게 이런 얘기로 망향의 한을 풀어놓았다.
"서구로 와서 가장 힘들었던 것, 이것만큼은 러시아가 뛰어났다고 절실하게 느낀 게 있어요. 그건 재능에 대한 사고방식의 차이죠. 서구에선 재능이 자기 개인에 속하는 것이지만, 러시아에선 모든 이의 재산이랍니다. 그러니 이곳에선 재능 있는 자를 시기해서 어떻게 하면 끌어내릴까 안달이죠. 러시아에선 재능 있는 자는 무조건 사랑 받고 모두가 받쳐주는데......."
폴란드,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 등의 동유럽 편을 뒤적이면 인종차별을 접해, 불쾌하고 슬픈 경험을 당한 젊은이들의 수기가 눈에 자주 뜨인다. 숙박을 거절당했다거나, 올라탄 버스에서 쫓겨났다거나.
일류 호텔에만 들고 관광명소만 다니면 명예백인 취급을 받아 잘 모를지 모르지만 한 걸음만 나서면 이는 당장에 와닿는 장벽이다. 동양인에 대한 냉혹한 대우는 서구 어느 나라보다 노골적인 것 같다. 물론 서구 선진국에도 이런 일이 없지는 않다. 그저 좀더 세련된 모습으로 표현될 뿐.
폴란드,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 사람들이 동유럽이라는 말을 그리도 싫어하는 것은 그 말에 후진국의 가난한 패배자라는 이미지가 따라다니기 때문일 것이다.
"마리, 유럽의 제일가는 미남 생산지가 어딘지 알아? 이것만은 외워둬. 그건 알랭 들롱의 고향, 유고슬라비아라구. 분하지만 그리스는 바로 옆인데 그런 미남이 왜 안 태어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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