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전투가 끝나고
사랑과 전쟁이라는 제목은
얼마나 적절한지
그리고 나는
언제쯤 백전노장이 되어
사랑의 전투 앞에 담담할 수 있을지
그러나 사랑 앞에 담담해지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일까
노장이 되어
크레모아와 수류탄을 터뜨려대는
어린 연인들을 보며
“그래, 언젠간 너희도 철이 들겠지”
하는 생각에 잠기거나
무덤 같은 심장을 파헤쳐
한때 맹렬히 들끓던 옛사랑을 추억을 들춰보는 것이?
차라리 그렇게 되기 전에
치열하게 싸우다
우주 끝에서 죽어버렸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