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 마니아, 요네하라 마리, 마음산책, 2013(1판 4쇄)
가족들 중에 개가 가장 잘 따르고 사랑하는 사람은 결코 밥 주는 사람이 아니라, 매일 산책시키는 사람이라는 진실은 잠시라도 개와 살아본 사람에게는 상식이다.
그러면 고양이는 어떨까? 가족들 중에 고양이가 가장 잘 따르고 사랑하는 사람은 결코 밥 주는 사람이 아니라, 자주 쓰다듬어 주는 사람이라는 진실도 잠시라도 고양이와 함께 산 적이 있는 사람에게는 상식이다.
5월 13일 자 <가디언>을 훌훌 넘기다가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온라인 비디오게임을 개발자의 인터뷰로 소개하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그 기사에 'September 11'이라는 문구가 몇 개씩이나 춤을 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사는 이렇게 시작했다. "놀이의 기능,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비디오게임이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데 쓰이고 있다. 짐 매켈런이 개발자와 만나 그 효과를 물었다."
이렇게 해서 나는 9.11테러를 계기로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을 온라인 게임으로 만든 'September 12'라는 작품을 알게 되었다. 개발자는 CNN 스페인어권 지사의 기자 출신으로, 지금은 게임 디자이너이자 이론가인 곤살로 프라스카Gonzalo Frasca.
문화인류학자나 고고학자의 연구를 보면, 인류가 처음 의복을 입게 된 것은 성격이 설파하듯이 뱀으로 변한 사탄의 유혹에 넘어가 금단의 열매를 먹은 뒤 나체가 부끄러워져서도 아니고, 현재 당연하게 여기는 상식처럼 추위를 막기 위해서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악령을 떨쳐내기 위한 주술적 목적 때문이라고 한다. 요컨대 부끄러워서 숨기는 게 아니라 숨기기 때문에 부끄러워지는 것이고, 추우니까 옷을 입는 게 아니라 옷을 입으니까 추워졌다는 이야기다.
애완동물은 생명체라서 객관적으로 볼 때 키울 수 있는 사람과 키울 수 없는 사람이 있는데도, 동시에 상품이기 때문에 돈만 내면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원래 개와 함께 살기 위한 주택, 마당의 일정한 넓이나 구조, 함께 산책하거나 놀아주면서 보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나 가족 구성, 정해진 시간에 먹이를 주는 규칙적인 생활 습관 등의 조건을 전혀 갖추지 못한 사람이 '귀엽다'라는 순간의 감정만으로 충동구매를 해버리는 것이다.
사실 태어난 지 석 달도 안 된 강아지를 쇼윈도에 늘어놓고 파는 방식은 충동구매를 노리고 있다고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인간의 아이도 그렇지만, 이 시기의 개나 고양이는 무조건 귀여우니 말이다.
음성화되지 않는 진동을 뼈에 전달하여 말을 알아듣게끔 하는 골전도는 이미 상품화되어 아는 사람이 적지 않다. 또한 소리를 내지 않고 '립싱크'만 하면 그 내용이 문자나 음성으로 바뀌는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센서를 턱이나 볼, 목에 밀착시켜서 입을 움직였을 때 근육의 움직임을 감지하게 함으로써 가능한 방법이다. 현재 '아, 이, 우, 에, 오' 등 모음은 90퍼센트 이상 인식하며, 다만 자음 인식이나 외국어 음성에 대한 대응이 향후 과제라고 한다.
'하야마 멍멍 순찰대'란 애견을 산책시키면서 지역 방법에도 기여하자는 의의를 띈 활동이다. 말은 그렇지만 평소 산책할 때 노란 바탕에 초록색으로 '하야마 멍멍 순찰대'라 쓴 방범 완장을 줄에 달고 걷기만 하면 되는 편한 일이다.
고작 이 정도로 방범에 도움이 되겠느냐고 생각하겠지만, 신기하게도 '하야마 멍멍 순찰대'가 생긴 뒤로 이 지역의 범죄 건수와 범죄율은 둘 다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한다(2004년과 2005년에 하야마의 범죄는 20퍼센트나 감소했다). 비슷한 활동을 전개하는 다른 지역에서도 범죄율이 뚜렷이 줄고 있다는 데이터가 나왔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그레고리력의 근간이 된 율리우스력이 만들어졌을 때 홀수 달은 31일, 짝수 달은 30일이었고, 위대한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기념하기 위해 7월은 율리우스라 불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8월이 카이사르에 뒤지지 않을 만큼 위대한 옥타비아누스 아우구스투스를 기념하는 달이 되다 보니 8월도 31로 만들게 되었다. 덕분에 2월이 줄어들었다.
이렇듯 대충 결정된 것이라 해도 한번 정해지면 바꾸기 어려운 법이다.
독일의 <스테른>지 2005년 2월 1일자에 따르면 오스나브뤼크 시에 거주하는 위르겐 브뢰테르라는 인물이 묘지에 잠든 고인 곁에 두는 전화부스를 고안했다. 이름하여 '전화 천사'. 사실 이건 성묘를 생략하기 위한 아이템이다. 가격은 한 세트에 1500유로나 하지만, 이미 세 세트나 팔렸다고 하니 놀랄 일이다.
초고층 아파트 7층 이상에 사는 주민들에게만 종종 배부되는 광고지가 있다. 뭘까? 그렇다. 바로 긴급 탈출용 낙하산을 선전하는 광고지다.
일본의 소방차는 접이식 사다리를 최대한 펼쳐도 7층까지밖에 안 닿으므로(그러니가 초고층 빌딩인 도쿄 도청에서도 도지사실은 7층에 있다), 그보다 높은 층에서 화재나 폭발 등이 일어나면 아래서 구조의 손길은 와 닿기 힘들다고 각오하는 편이 낫다.
시작부터 내 자랑을 해서 조금 그렇지만, 나는 불면증으로 고생한 적이 없다. 아니, 딱 한 번 있다. 3년 전 암 선고를 받았을 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틀 밤 연속으로 한숨도 못 잔 적이 있다. 하지만 그 한 번뿐이었다. 의사가 걱정하며 진찰 때마다 "수면제를 처방해드릴까요?"하고 묻지만, 매번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 1년 3개월 전 암이 재발했다고 판명된 날 밤에도, 그 뒤로도, 밤만 되면 쿨쿨 잠이 든다.
12월 8일 자 <더 타임스>에서 그가 내린 도특한 판결을 열거한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하겠다.
... 통학 버스 타이어에 구멍을 내어 못 쓰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체포된 남자에게는 그 때문에 소풍을 못 가게 된 저학년 아동들의 소풍에 동행할 것을 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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