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코리아, 2014, 11

 

 

 

 

자연계의 조종자

 

 

 집귀뚜라미는 말총벌레에게 의지뿐 아니라 생명도 빼앗긴다. 집귀뚜라미가 죽은 곤충을 먹을 때 말총벌레 유충이 녀석의 몸에 침투해 그 속에서 자란다. 집귀뚜라미는 육식동물인 반면, 말총벌레는 생활사의 성체 단계를 물속에서 보낸다. 따라서 다 자란 말총벌레가 밖으로 나올 준비가 되면 녀석은 숙주인 집귀뚜라미의 뇌를 조종해 집귀뚜라미가 안전한 땅을 포기하고 근처에 있는 물에 뛰어들어 죽게 만든다. 귀뚜라미가 익사하면 다 자란 말총벌레가 밖으로 나오는데 길이가 29cm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이런 말벌의 일종인 기생말벌(Dinocampus coccinellae)은 아이스크림에 뿌리는 작은 과자만큼 크기가 작다. 암컷 말벌은 알을 낳을 준비가 되면 무당벌레 근처에 내려앉아 배 부위에 잽싸게 침을 찔러 넣고 알과 화학물질 혼합물을 주입한다. 알이 부화하면 유충은 숙주의 몸을 채우고 있는 채액을 먹는다.

 유충이 무당벌레를 조금씩 먹어치우고 있는데도 무당벌레의 겉모습은 그전과 똑같다. 녀석은 계속해서 되는 대로 진딧물을 공격한다. 하지만 무당벌레가 잡은 먹이를 소화시키면 몸속에 있는 기새동물은 그 영양분을 먹고 성장한다. 3주 후에 말벌 유충은 크기가 꽤 커져서 숙주를 떠나 성체가 될 준비가 끝난다. 유충은 무당벌레의 외골격 틈새로 꿈틀거리며 빠져나온다.

 

 

 

 

 

  슬픔에 휩싸인 에베레스트 산

 

 셰르파들은 대개 체력이 튼튼해서 최고 45kg의 짐을 지고 3.3km를 걸어서 제1캠프까지 올라가는데 3시간 30분이 채 안 걸렸다. 중국 등반대를 안내하는 치링은 베이스캠프를 떠난 지 한 시간 만에 '팝콘'이라는 지점에 이르렀다. 여기서부터는 들쑥날쑥한 깨진 얼음들 사이로 등반로가 가파르게 이어졌고 사다리들이 수도 없이 설치돼 있었다. 더 가면 '풋볼 필드'라는 평지에 이르는데, 등반대는 이곳에서 잠시 쉬기도 했다. 풋볼필드에서는 쿰부 빙하가 하루에 약 1m씩 흔들리며 이동할 때 나는 굉음을 듣는 일이 흔했다.

 

 오전 6, 치링은 춧볼필드 위쪽에 있는 높이 12m의빙벽 기슭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부터 그는 무거운 짐을 진 채 세 개를 묶은 알루미늄 사다리를 힘겹게 오르기 시작했다. 등산화에 아이젠을 달고 고정밧줄을 따라 손에 쥔 어센더를 조였다 풀었다 하면서 올라갔다. 빙벽 꼭대기에 이른 그는 많은 짐꾼들이 산장 식당만 한 크기의 얼음 비탈에서 정체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서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있었고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날 아침 빙벽이 움직여 하산할 때 사용하는 사다리 아래쪽에 박은 밧줄 고정용 앵커가 최소 한 차례 이상 풀리는 바람에 정체 현상이 생겼다. 그날 새벽 5시에 이 구간에 도착했던 짐꾼들은 풀어진 앵커가 다시 단단히 박혀 있음에도 길게 줄이 늘어서 있는 모습을 봤다. 그로부터 한 시간 후 치링이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앵커들이 다시 풀려 있었다.

 "그 구간에는 사람이 100명도 넘게 있었습니다. 대부분 밧줄을 잡고 내려가고 있었어요. 정체 구간을 지나는 데 30분은 걸렸을 거예요. 그 순간 나도 겁이 났어요." 치링은 말한다.

 

 또 에베레스트 산의 최고령 셰르파 가운데 한 사람인 앙 치리(56)도 있었다. 그는 이번이 마지막 등정이라며 빙폭으로 향하고 있었다. 2캠프에서 13년 동안 요리사로 일한 그는 은퇴 후 타모에 '2캠프'라는 이름으로 식당을 차릴 예정이었다.

 

 "셰르파들에게 내가 귀울음을 들었으니 도로 내려가라고 말했죠. 그들은 '올라가는 게 우리 일이다.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했어요." 치링은 말한다.

 

 원형 경기장처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지역을 둘러싸고 있는 산줄기는 매우 광대해서 눈사태가 발생하면 소리가 들리기 전에 그 모습이 먼저 눈에 보이는 경우가 많다. 번개가 친 후에 천둥소리가 나듯 소리는 그 후에 뒤따라온다. 눈과 얼음, 그리고 바위가 폭포수처럼 협곡을 타고 쏟아져내리는 소리는 마치 대양이 포효하는 듯하다.

 

 모두 28명의 아이들이 아버지를 잃었다.

 

 "셰르파의 99%는 매우 충직하고 정직하며 근면합니다. 전통은 계속 이어지고 있어요. 이 전통이 무너지면 문제가 생길 겁니다. 유능한 산악인은 누구나 될 수 있죠. 하지만 충직하고 정직하며 근면하다는 점에서 우리는 남들과 달라요."

 

 그는 눈사태에서 살아남은 셰르파들에게는 어떤 혜택이 있느냐고 물었다. 없다는 답을 듣자 그는 잠시나마 운 좋게 살아남은 것에 대해 후회하는 듯했다.

 

 4 18일 남편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앙 네미는 남편의 시신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전화기가 있는 타메까지 두 시간을 서둘러 내려갔다. AAI사가 남편의 시신을 타른가까지 운구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 기다렸다. 그러나 시신이 오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그녀는 왜 늦어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다시 타메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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