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노트, 요네하라 마리, 마음산책, 2013(1판 7쇄)
결국 문학작품의 궁극적인 재미는 현실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측면을 깨닫고 상식으로 굳었던 뇌가 짓이겨지는 쾌감에 있다.
음주가 종교보다 바람직한 이유
1.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살해당한 사람은 아직 없다.
2. 다른 술을 마신다는 이유만으로 전쟁이 일어난 경우는 없다.
3. 판단력이 없는 미성년자에게 음주를 강요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4. 마시는 술의 상표를 바꿨다는 이유로 배신자 취급을 당하지는 않는다.
5.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이유로 화형이나 투석형에 처해진 사람은 없다.
6. 다음 술을 주문하기 위해 2000년이나 기다릴 필요는 없다.
7. 술을 많이 팔기 위해 속임수를 쓰면 법에 따라 확실히 처벌받는다.
8. 술을 실제로 마시고 있다는 것은 간단하게 증명할 수 있다.
이케다 씨의 관찰에 의하면, 같은 영역에 동일한 종이 속해 있을 때 여기에 아종(종으로 독립할 만큼 다르지는 않지만 변종으로 하기에는 서로 다른 점이 많은 한 무리의 생물에 쓰이는 분류 단위)으로 구분되는 곤충이 생식할 경우, 생존 경쟁이 격렬해지면서 아종마다 그룹화가 더욱 강하게 촉진된다고 한다. 아종 간의 다른 점을 더욱 확실히 강조하는 한 편, 동일 아종 내의 비슷한 점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러한 사실은 유전학 연구를 위해 일란성 쌍둥이를 오랫동안 관찰해왔던 학자들도 지적하고 있다. 일란성 쌍둥이는 동일한 환경에서 함께 자라면 성장할수록 성격도 외모도 차이점이 두드러진다. 그런데 어쩌다가 운명의 장난으로 생이별해 따로따로 자란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성격과 외모 모두가 놀랄 정도로 서로 닮았다고 한다.
"보드카가 입에 넣는 난방이라면, 차가운 맥주는 입에 넣는 냉방이다"라는 명문장까지 탄생했을 정도다.
가구를 살 때는 미리 설치 장소의 치수를 재고 나서 가게에 간다. 이럴 땐 숫자가 얼마나 편리한지 절실히 느낀다. 그러나 인간을 계량할 때 숫자가 끼어들면 얘기가 복잡해진다. 아니, 단순해진다고 하는 게 맞을까. 이를테면 여성 탤런트의 화보에는 필수라고 해도 좋을 만큼 나이와 몸무게, 키는 물론이고, 가슴 허리 엉덩이 둘레 치수가 덧붙어 있다. 그걸 보면 흥이 깨진다. 상품 카탈로그에 기재되는 가로, 세로, 높이 수치가 떠오르지 않는가.
인간의 매력과 추악함은 육체와 인격, 그때그때 상황과의 절묘한 조합에 의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숫자로 포착할 수 없는 부분이 압도적으로 큰 것이다. 그런데 왜인지 인간은 숫자로 들어야 제대로 알았다는 기분에 안심하고, 숫자에 강박관념을 갖고 농락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통역사의 출장은 '여행'이라고 불릴 만한 것이 아니다. 공간 이동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
분명히 비행기 - 공항 - 리무진 - 호텔, 이 점과 선 위를 벗어나지 않고 이동하는 한, 결코 ''여행
이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어떤 행복 속에서도 불행을 찾아내는 천재구나 하고 감탄하면서 집으로 향하던 나는 마지막으로 부인이 입에 담은 말을 떠올렸다.
이 실험에서 발견해낸 법칙이 무엇인가 하면, 당사자 자신의 소망을 대행하는 비非당사자 쪽이 당사자보다도 우스꽝스럽고 잔혹할 정도로 열광하게 된다는 것이다.
훌륭한 지위와 학력에 대해서도 본인보다도 그의 어머니나 부인이 이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이 법칙에 따르면 어머니들의 치맛바람 퇴치법은 단 하나다. 어머니들 자신이 자녀의 수험과 인생의 당사자가 되는 것이다.
배우 아키요시 구미코 씨가 "아이를 알로 낳고 싶다"라는 명언에서 토로했듯이, 아이를 낳는 데는 여자가 특히 과도한 부담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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