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약 없는 나날
문장과 글을 좋아해서 카피라이터가 된 사람이 많다.
안타깝게도 카피라이터는 문장도 글도 쓰지 않는다.
카피를 쓴다.
그렇다면 카피가 뭔데? 라고 묻는다면
하나의 확고한 행동을 유도하는 유도하는 문장과 글을 쓰는 것이다.
문제는 이 확고한 행동의 작동방식에 대한
문법과 피와 영혼의 근저는 마케팅 언어라는 점이다.
그로 인해 겉보기엔 똑같아 보이지만 카피의 작동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가솔린 자동차와 수소전기 자동차처럼
형태는 같아 보일지 몰라도 만드는 작업방식이나 그 속의 구성물질은 전혀 다르다.
그래서 문장과 글을 충분히 단련해온 사람일지라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
하이브리드 차에 가솔린 배연기관이 들어가 있을 때가 많다.
학창시절 글을 쓸 때 나의 무기는 점프, 즉 비약이었다.
비약을 통해 예상 못한 충격을 일으키고 비약을 통해
예상 못한 비유를 가져오는 것이다.
어머니는 수도꼭지처럼 운다.
꼭지를 잠가놓고 속으로 운다.
처럼.
광고 카피를 쓸 때는 이런 걸 할 수가 없다.
비유나 비약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그 비유와 비약의 거리가
너무 짧은 범위 밖에 허용이 되지 않아
거기서 오는 파장이나 긴장이 크지 않은 것이다.
이제는 졸업한지도 오래되고 주욱 카피만 써와서
비약을 하려 해도 어떻게 했었는지 다 잊어버렸다.
자칫 내 삶도 그런 건 아닐까 싶어
브리프를 잠시 덮어 둔다.
덮어서 울게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