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백, 장강명, 민음사, 2018(초판 14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선을 넘으며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하나의 메시지를 외치는 것.



 “저는요, 젊은이들더러 도전하라는 말이 젊은 세대를 착취하려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뭣 모르고 잘 속는 어린애들한테 이것저것 시켜봐서 되는지 안 되는지 알아보고 되는 분야에는 기성세대들도 뛰어들겠다는 거 아닌가요?

도전이라는 게 그렇게 수지맞는 장사라면 왜 그 일을 청년의 특권이라면서 양보합니까? 척 보기에도 승률이 희박해 보이니까 자기들은 안 하고 청년의 패기 운운 하는 거잖아요.”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는 데 대해 나는 퍽 싸늘한 견해를 갖고 있었다. ‘어느 상황에서고 강한 척할 수 있다면 강한 것이다’라는 게 내 신죠였고, 자신의 아픔을 떠벌리는 녀석들을 경멸했다. 



 사실은 이미 세계가 완벽한데, 기성세대가 자신들이 하기 싫은 일들을 대신 시킬 수 있는 싼 노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음 세대에게 꿈과 도전 정신을 불어넣고 있다는 아이디어를 재키는 그날 저녁 머릿속에서 발전시켰다. 



 왜 내가 이 기회를 저버려야 해? 다른 기회를 기다리는 동안 닳고 닳아 지금의 내가 아니게 되는 것 역시 또 다른 형태의 죽음이야. 나는 내가 지금처럼 날카로울 때 죽고 싶어.



 연쇄살인범의 자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죄책감에 시달리거나 불안과 초조를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심약한 인간형’이 첫 번째다. 그러나 이보다는 두 번째 이유에 프로파일러들은 주목한다. FBI 프로파일러 그레그 메크레이가 

운터위거의 자살을 예고했던 것이 대표적인데, 연쇄살인범 중 일부는 자신을 신으로 착각해 자신과 타인의 목숨을 ‘관장’해야 한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그들은 남이 자신의 목숨에 손대는 행위를 용인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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