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B, THE HOME
이런 경우엔 집 안 곳곳을 돌아다녀도 내 공간이 없는 데 대한 공허함이 사라지지 않아 오히려 사무실의 내 자리가 더 편해지는 현상이 나타나요. 최근 본격적인 비대면 시대를 맞이해 사람들이 집에 막상 내 공간이라고 할 만한 곳이 없다는 걸 인지하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됩니다.
결국 럭셔리의 맨 끝은 자연이다…. 실제로 자연에 관심을 갖는 삶은 아주 많은 조건을 충족해야 해요. 화분 하나부터 시작해 자연을 내 공간으로 끌어들인다는 건 내가 그 대상에 애정을 줄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내게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집을 준다고 해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산다는 것은 자연을 품은 집을 가져서가 아니라, 자연을 돌볼 준비가 되었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그런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 자체로 궁극의 사치인 거죠.
어떤 면에서는 식물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보다 더 심오하고 복잡한 구석이 있어요. 반려 동물을 키우는 방식에 다소 종속적인 성격이 있다면, 식물과의 관계는 그 방식으로 성립되지 않죠. 서로를 길들이기보다 완전히 독립적인 세계로 존재하니까요. 거기서 오는 아주 다른 태도가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온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서로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그 자체로서의 대상이라고나 할까요. 종속이라기보다 공존에 가까운 이야기이기 때문에 한층 성숙한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2014년부터 마르크는 본격적으로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꽤 극적인 삶의 변화로 보이지만, 특정 재료를 모아 인체를 둘러싼 조형적 구조물을 만든다는 관점에서 보면, 집과 옷을 상상하는 일은 동일 선상에 놓여 있다.
“처음엔 일이 내 삶을 점유하고 있다는 생각에 둘을 분리하려고 애썼어요. 잘 안 됐죠.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이 스트레스로 돌아오더라고요.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면서 일하는 공간과 시간을 따로 정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걸 알았어요. 컴퓨터만 있으면 어디에서나 일할 수 있고, 일은 집중이 잘되는 때 하면 되니까요.”
가장 결정적으로 그의 인생을 관통하는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산다(doing without)’는 정신을 자주 일깨워준다.
공식 웹사이트에서 “에디토리얼 감각을 부동산업에 접목했다. 건축과 인테리어, 라이프스타일에서 일한 포토그래퍼를 세심하게 선별해 계약하고, 판매에서 아트 마켓 관점을 활용하며, 스토리텔링과 역사적 소재를 활용해 계약을 극대화한다”라고 브랜드의 스토리텔링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 거리에 크기나 방의 개수가 같은 두 집이 있다고 가정해볼게요. 한 집은 훌륭한 건축가가 지었고, 다른 하나는 건축업자(builder)가 지은 단순한 집이에요. 전통적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두 집은 같은 가격을 형성합니다. ‘디자인’은 가치 평가 기준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저희가 바꾸고 싶었던 부분이 바로 그 지점입니다. 더 모던 하우스가 거래하는 집은 같은 지역의 타 매물보다 평균 12% 높은 가격에 팔립니다...
저희는 집을 판매할 때 크기, 시설뿐만 아니라 지역 역사, 내력(provenance), 건축자재, 채광 등 아트 딜러들이 주로 이야기할 만한 것들을 소개하는 접근 방식을 취해요. 일반 부동산업자는 방의 개수나 지하철역과의 거리를 내세우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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