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커뮤니케이션 VS 미니멀커뮤니케이션

 

 

흔히 사람들이 ‘꼰대상사’ ‘꼰대팀장’을 생각할 때 대표적인 특징은 잔소리이다.

한 소리를 하고 또 하고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것에 질려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나 같은 경우 직업적으로 다양한 부서, 다양한 조직, 다양한 클라이언트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다 보니 일을 진행하기 가장 힘든 상대가

자신의 생각 100가지를 모두 이야기하는 사람이었다.

이야기를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100가지를 모두 기억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하고

우선 순위를 정해 가장 중요한 것 1-3가지만 말하는 것이 오히려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에 이롭다.

본인 스스로 100에서 3으로 추리는 작업을 못하고, 또한 잘못된 지시를 주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100을 모두 통째로 넘겨버리고 본인이 해야 할 작업을 위임해버리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커뮤니케이션의 양이 많은 것이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근래 읽은 조직,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관련 책들에서 하나같이 오버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서 생각이 많아졌다. <익스트림 리더십> <팀장의 탄생> <이기적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

모두 다 미국 기업 문화 기반의 책들이며, 공통적으로 하는 말을 약간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같은 말을 백 번 넘게 해야” 겨우 직원들이 알아들을까 말까 하다고 한다.

내가 분명 했던 말이니까 다시 말할 필요는 없겠지, 라고 생각하는 경우

10명 중 9명은 이미 기억 못 하고 있을 것이며 당신의 의도는 상대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전사적인 큰 사이즈 규모의 커뮤니케이션은 굳이 내가 고민할 필요 없으니 패스.

(우리 회사는 몇 년째, 다양한 그룹 채널을 통해 그룹의 10가지 비전을 전임직원들에게 반복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는데 아마 직원 중 99.5퍼센트는 그 10가지 비전 중 절반도 기억 못 할 듯. 사실 그 비전이 10가지였는지 9가지였는지도 모르겠고, 그룹의 ‘비전’이었는지 ‘가치’였는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그 비전을 우리 조직이 잘 지키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도 했었는데…. 결론은 회사의 가치를 전임직원이 공유하는 빅사이즈 커뮤니케이션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내가 다니는 그룹의 비전은 기억 못 해도, 에어비앤비, 페이스북, 구글, 테슬라의 비전은 모두 다 알고 이해하고 있다는 점. 그 차이가 뭔지는 다들 알겠지. 그럼에도 불구 해답을 못 찾는 것뿐. 아 생각났다! 비전이 아니라 “핵심가치”였어!)

 

그렇다면 나는 팀장. 혹은 프로젝트리더니까.

프로젝트 팀원들과의 소통의 양과 방식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

회의 중 내가 스무 가지를 말하고 팀원들이 스무 가지를 다 인지하고 해산하기를 기대한다면 바보.

그렇다고 3가지만 말하고 해산한 뒤, 다음 회의 때 만나보면 모두가 다 지난번 미팅 때 합의한

그 3가지를 기억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몇몇은 정확히 인지하고, 몇몇은 응?? 난 처음 듣는 듯??? 그런다.)

(또한 같은 내용을 전달할 때도 이해하기 쉽게 말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는 것처럼, 같은 내용을 들으면서도 더 잘 이해하는 사람과 엉뚱하게 이해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 그 3가지를 팀원들에게 전달하는 데에도 (그래도 아직 전달이 안 되었을까 봐) 말하고 또 말하고 또 말하게 되지 않을까? 혹은 회의 끝나기 전 “자 한 명씩 돌아가며 내가 얘기한 포인트들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말해보자.” 하면서 (초등학생도 아니고 프로들인데) 검사를 해야 하나??

 

사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팀장의 지시사항은 일을 효율적으로 진척시키기 위한 일종의 

‘가이드’일 뿐이고 진짜 일은 가이드를 토대로 개개인이 진행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요즘 프로젝트들은 매 텀마다 순간순간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매번 회의마다 다음 작업을 위해 가이드가 순간순간 달라지게 된다.

즉, 하나의 프로젝트를 3개월가량 진행한다고 하면 그 사이 소규모로 가이드나 지시사항, 중요 포인트들이 수십 번 변화하기도 한다. 

가이드가 곧 업무도 아니고, 일을 혼란 없이 진행하기 위한 말 그대로 가이드일 뿐인데, 가이드의 공유조차 이렇게 쉽지 않다면 이미 본격적인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낭비가 시작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오버 커뮤니케이션이 보다 적합한가 싶기도 하지만, 사실 오버 커뮤니케이션도 그 자체로 일종의 낭비이고. 무엇보다 이미 진작 제대로 이해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잔소리가 되는 게 아닐까.

 

현시대 기업들은 하나같이 소통, 소통, 또 소통을 이야기한다. 내가 읽은 책들은 심지어 ‘충분한 소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더욱 오버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한다, 내가 궁금한 것은, 그런데 왜 오버 커뮤니케이션을 현실에 적용했을 경우(나의 직장 생활의 경험에 비추어) 일반 직원들이 그리 좋아할 것 같지 않느냐는 것이다. 단지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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