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내가 가족을 갖지 않기로 선택했던 때,

수많은 이유들을 생각했고

또 수많은 반대 이유들을 생각했지만 이젠 정확히 어떤 이유들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매번 이유를 떠올릴 때마다 새로 지어내는 느낌이다.

 

그래도 큰 맥락은 다음과 같다.

1.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정말 겪고 싶지 않다는 것.

2. 살다가 뭔가 새로운 꿈이 타오를 때, 가족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싫고, 가족을 핑계로 포기하는 것도 싫다는 것.

 

그리고 지금의 삶은 위의 큰 맥락을 따라 이뤄진 결과물이며 과도기이다. 

그런데 왜 행복하지 않을까.

'행복'이란 게 가상의 판타지거나 혹은 유전적 요인이라 처도 왜.

 

일단 예상을 빗나간 한 가지는, 나의 '기존 가족'의 상실이 생각보다 빨랐다는 것.

외할머니가 죽고, 어머니가 죽고, 아버지까지 죽음 삼부작이 생각보다 빨랐다는 것이고

그로 인해 내가 예상한 공백의 사이즈가 훨씬 더 커졌다는 점.

그리고 미래와 현재는 물론 과거까지 그 공백이 퍼져간다는 점이다.

깨어있는 시간 중 어머니나 아버지를 떠올리는 시간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리고 정말 짐작조차 못한 다른 한 가지는, 꿈이 없다는 것.

 

나는 어려서부터 늘 낭만적 성향이 있고, 현실보다 공상을 우위에 두는 비현실적 성향이 있어서

하고 싶은 것이나 꿈꾸는 것이 없는 상태를 짐작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막상 되어 보니,

나이 마흔이란 꿈이 없는 상태의 다른 말이 아닌가.

 

마흔 넘은 육체로서 내가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일정 나이가 넘어서면 대부분은 꿈을 상실하고 다시 꿈꾸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본능이 일정 나이가 되면 가족을 꾸리도록 진화된 것 또한 이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지.

아니면 반대거나.

종족 유지를 위해 특정 나이가 되면 꿈을 좇는 기능이 퇴화되도록 진화되었거나.

 

그래, 생각났다.

 

식욕감퇴, 성욕감퇴처럼 마흔 이후 점차 삶욕감퇴를 느끼곤 한다.

삶의 의욕의 양과 질이 부실하다.

 

그 의욕을 일으킬 지점을 다시 찾아야 하고,

그래서 나는 이걸 쓰고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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