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EPTIC KOREA, VOL.25
인권과 도덕성은 자연계의 일부인가
[침술의 신화에 침을 놓다]
우선 이 고대의 중국 치료법은 사실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고, 심지어는 중국의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3000년의 역사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기원전 3세기에 나온 가장 빠른 중국의 의학 서적에서는 침술에 대한 언급이 없다…
침술에 적합한 가는 철제 침을 제조할 기술력은 400년 전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다.
1822년과 제2차 세계대전 사이 중국 국민당 정부 시절, 중국에서는 몇 번에 걸쳐 정부가 나서서 침술을 금지하려 했었다. 그러던 것을 1960년대에 마오쩌둥이 대중에게 저렴하게 의료를 제공할 목적으로 ‘맨발의 의사’ 캠페인을 통해 되살려냈다. 하지만 마오쩌둥 자신은 침술이 효과가 있다고 믿지 않았기 때문에 침술을 이용하지 않았다. ‘전통 중국 의학traditional Chinese medicine’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것도 마오쩌둥 정부였다.
침술은 위약과 똑 같은 방식으로 작용한다. 침술은 통증, 역겨움, 그리고 다른 주관적인 증상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침술이 특정 질환의 자연적인 진행 과정을 바꾼다고 밝혀진 적은 한 번도 없다.
[인권과 도덕성은 자연계의 일부인가]
내가 동의하는 몇 안 되는 핑커의 견해 중 하나는(아마도<언어본능The Language Instinct>에서 한 말이었다고 생각되는데) 그가 일찍부터 자식을 갖지 않고 연구, 교육, 친구, 기타 좋은 것들에 헌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을 때였다. 기억에 따르면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일 내 유전자들이 나의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호수에 뛰어들 것이다.”
[진화를 통해 본 인간 공격성의 기원]
콘라트 로렌츠Konrad Lorenz 말마따나 “다른 동물들을 멸종시켜서 무슨 이익을 얻는다는 말인가?” 싸움은 비용이 많이 드는 행동이다. 완벽한 승리는 드물다. 열 대를 때려도, 한 대를 맞은 아픔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동물은 마땅한 이유가 없다면 싸우지 않는다. 주정뱅이처럼 아무에게나 시비를 걸고 다니는 동물은 없다.
포식 행위는 종 간 공격의 한 예이지만, 보통의 공격성과는 다르다. 얼룩말을 맹렬하게 쫓아가는 사자의 모습은 분명 아주 ‘공격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깜짝 할인 행사 중인 정육 코너에 돌진하는 우리 모습도 이와 비슷하다. 약간의 초조함, 그리고 곧 찾아올 행복감이 적당히 섞인 상태 말이다. 톰슨가젤의 허벅지를 우두둑 씹어먹는 사자와 티본스테이크를 우적거리며 먹는 인간의 모습은 분명 먹히는 입장에서는 몹시 공격적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포식자의 마음은 적개심과 분노가 아니라 만족스러운 행복감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육식동물이 초식동물보다 더 공격적인 것은 아니다. 육식성과 공격성을 구분하자. 아마 뼈와 살이 너덜거리도록 동료를 공격해대는 ‘착한’ 초식동물의 잔혹한 행동을 본다면, 3~4일에 한 번, 배고플 때만 사냥하는 사자가 이전보다 더 늠름하게 느껴질 것이다. 어떤 채식주의자가 이렇게 주장했다고 한다. “인간은 원래 평화로운 초식동물이다!” 이 짧은 문장은 무려 세 가지 오류를 담고 있다. 일단 인간은 초식동물이 아니다. 물론 평화롭지도 않다. 그리고 초식동물이라고 더 평화로운 것도 아니다.
평화를 위한 이론적 배경은 그리 정교하지 않다. 폭력적인 영화나 게임이 폭력적인 인간을 만든다는 일차원적 접근이 흔하다. 확실히 갑작스럽게 컴퓨터 전원을 내리는 식의 접근은 더 큰 공격성을 불러온다. 이보다는 왜 인간은 본래부터 폭력적인 콘텐츠를 좋아하는지에 관해 먼저 물어야 한다.
원초적 공격 본능은 타고난 본성이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분명 이상적인 사회는 아니지만, 그래도 사회는 공격성의 원천이라기보다 공격성을 막는 방패다.
토를레이프 셀데루프 에베Thorlief Schjelderup-Ebbe는 10살 때부터 집에서 키우는 닭을 관찰했다. 무려 17년을 관찰해서 그 결과를 바탕으로 박사 논문을 썼다. 닭만 잘 키워도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다. 바로 ‘쪼는 순서pecking order’에 관한 유명한 관찰 연구다. 닭장 안에서 강한 녀석은 바로 아래 녀석을 부리로 쫀다. 그런데 오로지 바로 아래 서열에 위치한 녀석만 쫀다. 그렇게 닭 무리에서 쪼는 순서가 생긴다. 바로 위아래에 위치한 개체 사이에서만 긴장이 나타난다. 무리의 공격성은 일정한 한계 내에서 제한된다.
집단 간 공격성을 막는 방법은 아직 없다. 지금도 세계 어디선가 전쟁 중이다.
평화로운 미래라는 거창한 주제는 과대망상증 환자나 UN이 할 일이다. 사실 그 둘은 좀 비슷한 면이 있다. 아무튼 인류학적 근거 기반의 확실한 제안을 해보자.
인류가 평화롭게 살았던 시기는 인구가 적고 땅이 무한히 넓었던 시기였다. 좁은 밀림에서 살던 그 이전에도, 좁은 도시에 모여 살던 그 이후에도 인류는 평화로울 수 없었다. 서로의 거리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타고난 공격성을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생태학적 방법이라고 믿는다. 과거에는 지리적 이산dispersion이었다. 지금은 더 다양한 차원의 이산이 가능하다.
[회춘을 꿈꾸는 유전학]
daf2를 비롯한 장수 유전자의 발견은 노화의 시계를 천천히 흐르게끔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런데 노화 연구자들은 노화를 늦추는 ‘항노화’를 넘어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는 ‘역노화’, 즉 회춘을 실현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타임머신처럼 SF에서나 등장할 법한 역노화는 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모든 다세포 생물에서 일어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엄마의 난자와 아빠의 정자가 만나서 결합하는 수정의 순간에 나이가 0츠로 ‘리셋’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서른 살의 난자와 서른 살의 정자가 만나 0세의 수정란이 되는 것일까? 만약 수정란에서 나이가 리셋되는 비밀을 알아낼 수 있다면 이를 늙은 몸을 회춘시키는데 적용할 수 있을까?
사실 난자와 정자가 만나는 순간에 리셋되는 것은 나이만이 아니다. 세포의 ‘운명’ 또한 리셋되기 때문이다.
발생학적으로 표현하자면 분화 상태의 생식세포가 만나 완전한 미분화 상태의 수정란을 형성하는 것이다.
2005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토머스 랜도Thoams Rando 교수 연구팀은 섬뜩한 방식으로 탈분화 없이 회춘을 실현한 연구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한다. 지금으로부터 160여 년 전인 1863년, 프랑스 생리학자인 폴 베르Paul Bert는 두 마리의 쥐rat를 수술을 통해 접합시켜 서로의 채액을 공유하게 하는 패러바이오시스parabiosis 시술을 최초로 성공시킨다. 랜도 교수 연구팀은 이 오래된 기술로 젊은 생쥐mouse와 늙은 생쥐의 혈관을 이어붙여 말 그대로 늙은 개체에게 젊은 피를 수혈하는 실험을 진행한다. 그 결과 늙은 세포가 마치 뱀파이어처럼 회춘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이 기념비적인 연구 이후 패러바이오시스를 통해 근육, 간, 뇌, 심장 등의 회춘을 확인한 연구 결과들이 쏟아져 나왔고, 회춘한 세포들에서 만능유도줄기세포처럼 분화 상태가 리셋되어 버리는 문제는 나타나지 않아 발생의 운명과 노화의 운명이 분리될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패러바이오시스 연구는 ‘시스템 환경systemic environment’이 노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통찰을 제공한다. 인간의 몸은 다양한 장기들로 구성된 복잡한 ‘시스템’이다. 여기서 혈액은 모든 장기를 감싸고 있는 대표적인 시스템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몸은 모든 세포가 생존을 위해 필요한 영양소와 산소를 공급하는 혈액을 몸 구석구석 흐르게 하는 순환계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혈액 속 무엇인가가 변한다는 것은 몸의 모든 부분, 즉 전체 시스템이 그러한 변화에 노출된다는 의미이다.
패러바이오시스 연구는 밥을 먹기 전과 후에 혈당이라는 시스템 환경 요소에 변화가 생기는 것처럼, 나이에 따라서도 모종의 시스템 환경이 변화한다는 것을 입증한 중요한 발견이었다. 더 구체적으로는 혈액 속에 나이에 따라 변화하는 젊음 혹은 노화와 관련된 신호가 있으며, 혈액 속의 신호에 반응하여 세포를 늙게 혹은 젊게 만들 수 있는 신호 전달 체계가 있음을 암시했다.
후속 연구는 두 가지 가설적 신호, 즉 젊은 핏속에 들어 있는 세포를 젊게 만드는 신호(회춘 촉진 신호pro-rejuvenation factor)와 늙은 핏속에 들어 있는 세포를 늙게 만드는 신호(노화 촉진 신호pro-aging factor)를 찾아내고자 했다. 패러바이오시스를 통해 젊은 피와 늙은 피가 섞였을 때 회춘 촉진 신호가 늙은 세포들을 회춘시키는지, 노화 촉진 신호가 희석되면서 세포들을 늙게 만드는 기전이 작동하지 않게 되어 세포들이 회춘하는지를 확인하는 실험들이 진행되었고, 그 결과 혈액 속에는 두 종류의 신호들이 모두 존재함이 확인되었다.
[사람들은 왜 사후와 부활에 집착하는가]
유전자를 후세에 전달해야 하는 생존 기계에게 죽음이란 아마 가장 끔찍한 고통일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를 휩쓴 지 한 달 만인 2020년 3월 중순, 미국 국회의사당 담당 목사이자 트럼프 행정부의 수석 ‘신앙 고문’ 랠프 드롤링거Ralph Drollinger는 미국이 “하느님의 노여움을 겪고 있다”라고 선언했다.
2011년 설문 조사 결과 놀랍게도 미국인의 14.7퍼센트는 지옥의 존재를 ‘어느 정도 확신’했고 48.4퍼센트는 ‘매우 확신’했다.
[헛소리의 심리학]
우리 뇌는 딱 한 번이라도 과거에 들었던 말을 진실로 믿는 성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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