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계약 갱신일을 3개월 앞두고  있다.

휴가가 끝나자마자 바로 집주인과 통화를 해야 한다.

 

2년 뒤 지방 작은 아파트로 이사 갈 계획이기 때문에

현재 살고 있는 전세집에서 가급적 연장을 하고 싶다.

 

아직 통화 하려면 시간이 좀 남았는데

주인이 싫다고 하면 어쩌지, 전세비용을 올려달라고 하면 어쩌지

등등 혼자 걱정을 해본다.

 

혼자 산 지가 오래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사라는 게 점점 더 부담스러운 일이 된다.

갈수록 짐도 많아지고 귀찮아지고 특히 주차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는 집을

찾기가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통화하기  전에 일단 정확한 계약 마지막 날이 언제인지도 알아야 하고,

이것저것 파악해 둘 것들이 좀 있다.

 

그러다가 문득 왜 내가 이런 걸 하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건 보통 그 집의 가장들, 부모들이 하던 일이다.

나 또한 부모님이 때 되면 이런 걱정이나 준비 하는 모습들을 봐왔는데

어느새 내가 어린 시절 보던 부모님의 그런 걱정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 점에서 뭔가 어색함이 느껴진다.

 

나는 아직 그런 나이나 그런 상황이 아닌 것 같은데

왜 우리 부모님이 하던 그런 것들을 하고 있나 싶다.

 

하지만 그런 상황과 입장과 나이인 것이 맞고,

내 인지가 그 상황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진다.

어쩌면 나의 부모님들도 계약이 끝나갈 때 나와 같은 느낌을 가진 건 아니었을까?

난 아직 어리고 이런 고민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왜 이러고 있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쟤들은 또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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