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시기마다 일하는 목적이 달랐던 것 같다.

 

요즘 누가 "넌 왜 일해?"라고 물어본다면

"퇴근하기 위해서"인데.

이 뉘앙스를 글로 전달하기가 힘드네.

 

일하는 이유가 퇴근하기 위해서인 건 맞는데,

일하기 싫다의 뉘앙스는 아니다.

 

비유를 들자면,

넌 여행 왜 가?

집에 돌아오기 위해서.

 

넌 산에 왜 올라가?

내려오기 위해서.

에 가깝다.

 

일하지 않고선 퇴근도 불가능하다.

출근이 있어야 퇴근이 있다.

차에서 내릴 때 '하차감'이 있듯이

일을 마치고 퇴근할 때 '퇴근감'이 있다.

 

내가 오늘 무얼 했고, 어떤 걸 증명했고, 어떤 사람인지를

이 퇴근길에 느낀다.

이 퇴근길 느낌이 쉣더뻑일 때면 왜 일하나 싶고

이 느낌이 만족스러우면 잘 살고 있다는 만족감이 든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무도 "넌 왜 일해?"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마치 '그냥 해야 하니까 하는 건데 뭘 물어?' 라는듯이.

 

하지만 왜 일해?라는 질문과 답을 반복하지 않고서 일하는 건

삶을 지나치게 건조하게 만든다.

 

담배에 불을 붙일 때, 바짝 마른 연초에 빨간 연지가 발리고 꽃이 필 때

마름 속 수분이 진하게 느껴진다. 

그 수분이 향이 되어 실핏줄 속으로 이미지를 실어나른다.

연초 속에 수분이 있었는지 라이터 속에 수분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마름 속에도 수분이 있어야 불이 붙는다.

장작처럼 타진 않고 담배처럼 타들어가더라도

하루 한 번은 "넌 왜 일해?"라는 불을 붙이고 나만의 대답을 빨아마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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