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에코, 마이클 코넬리, 알에이치코리아, 2019(전자책 발행)
하늘은 화약 같은 잿빛이고, 스모그는 몸에 꼭 맞는 수의처럼 할리우드를 덮고 있었다.
보슈는 식당에서 나와 프리웨이를 타고 할리우드로 올라갔다. 이미 자동차들이 얼어붙은 바다처럼 길게 늘어서서 시내로 들어가려고 몸부림치고 있었다.
보슈는 샤키를 슬라이더에 앉혔다. 슬라이더란, 좌석에 왁스를 듬뿍 칠해 광을 내고 앞다리 두 개의 밑동을 6밀리미터쯤 잘라낸 나무 의자였다. 잘라낸 길이가 워낙 짧아서 그 의자에 앉은 사람이 의자가 기울어졌다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불편을 느낄 정도는 되었다. 만약 그 의자에 앉아 등받이에 몸을 기대로 불량스러운 자세를 취한다면, 몸이 천천히 앞으로 미끄러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자신을 취조하는 경찰관을 향해 몸을 앞으로 기울이는 수 박에 없었다.
포터는 표본카드를 주머니에 넣고 말했다. “미안, 파트너”
그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그는 몸집이 뚱뚱했으며, 진작 경찰을 떠났어야 하는데도 그냥 눌러 앉은 많은 경찰관들처럼 망가져 있었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잖아요. 우리가 이런 일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결과는 이기는 것도 아니고, 지는 것도 아니고 비기는 거예요. 이기는 사람이 있으면, 지는 사람도 있는 법이에요. 그러니 착한 사람들이 이기는 경우가 최소한 절반은 돼서 전체적으로 비기는 결과가 나오기를 바랄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하는 일이 그래요, 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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