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문학동네시인선100기념 티저시집, 문학동네, 2022(1판 18쇄)

 

 

 

갈비를 떼어서 안녕

 

                                      서효인

 

죽은 닭처럼 쓸쓸한

송별회였다

우리는 퇴사하는 사람이 누군지도 잘

모르고 닭에게

불만이다 뒤적거리며 뒤척이며

계륵이라는 말이 이래서 생긴 거야

오늘도 가르침을 주시는 분

여기는 사실 갈빗살이 아닌 거야

오늘도 말씀이

모가지처럼 기신 분

죽은 닭은 아주 오래전에

죽었고

한참을 뒈진 채로 얼어 있었고

우리는 입만 살아 먹고 말하지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닭의 살갗 같은 냅킨으로 입술을 닦고

앉은자리를 푸드득 털며 서두른다

죽을 줄도 모르고

죽으러 간다

죽은 줄도 모르고

죽어서 긴다

말씀이 기신 분이 가르침을 멈추고 놀라 묻기를

여기 웬 닭대가리가 있어

우리는 놀라 벌떡 일어나 모가지를 비튼다

먹다 남은 닭의 순살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어오르며 삼바를 춘다

안녕, 뼈가 없는 친구들아,

안녕, 살이 없는 친구들아,

죽은 닭들의 송별회가

쓸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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