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EPTIC, VOL.32, 성격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소수인종과 약자를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한 뇌 영상 연구는 이 같은 노골적인 비인간화를 생생히 보여준다. 피험자들이 노숙자나 마약 중독자의 사진을 보는 경우,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사진을 볼 때와 비교해 인간을 떠올릴 때 일어나는 신경 활동이 활발하지 않았다.
젊은 사람은 나이 많은 사람을 비인간화하며, 거의 모든 사람이 술 취한 여성을 비인간화한다는 증거도 있다.
남의 고통에 기뻐하는 샤덴프로이데는 네 살부터 시작된다. 이는 2013년에 발표된 한 논문의 결론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아이들은 누군가가 고통을 받고 있더라도 그가 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를 더 크게 느꼈다.
우리는 생각에 시간을 쓰길 원치 않는다. 2014년에 실시된 한 논쟁적인 연구 결과로 피험자 중 남성 67퍼센트와 여성 25퍼센트가 15분 동안 고요히 사색하는 대신 불쾌한 전기 충격을 받겠다고 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일수록 쉽게 자만한다(이는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라고 한다). 이런 허영에 찬 자기 고양은 자신이 얼마나 규율적이고 공평한지와 같이 스스로에 대한 도덕성을 판단할 때 가장 비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수감 중인 범죄자도 자신이 평균적인 사회 구성원보다 선하고 믿음직하며 정직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도덕적으로 위선자다. 타인의 도덕적 단점을 앞장서서 목소리 높여 비난하는 사람은 경계하는 게 좋다. 도덕적 설교자들은 같은 문제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자신의 결점은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마약 주사 시설’ 반대자들을 보면서 나는 우리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곤 한다. 과연 우리가 원하는 것은 마약 사용자들을 구하고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것인가? 혹은 보기 싫은 것을 단순히 눈앞에서 치우는 것인가? 나는 전자라고 믿고 싶은데, 어쩐지 후자가 목적인 이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요약하자면 정신역동학적 관점에서 성격이란 한순간 형성됐거나 유연하게 수정할 수 있는 상태라기보다는 출생 이후 누적된 경험의 역사가 만들어낸 성격 구조 사이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이어서 좀처럼 알아차리기도, 바꾸기도 쉽지 않은 지독한 나의 모습이다.
어둠의 성격 3요소인 사이코패스psychopathy, 나르시시즘narcissism, 마키아밸리즘machiavellianism은 분리되는 특질이기는 하지만 ‘악’에 대한 것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 특질들은 “남을 착취하되, 나를 착취하는 모든 이에게 복수하라”와 “나의 사회적 권력과 힘, 영향력을 통해 타인에게 심리적 고통을 가하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살기 편한 성격이란 것은 없다.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특정한 환경에 잘 들어맞을 때 잠시 편할 수야 있겠지만 인생을 쉽게 만들어주는 ‘성격’이라는 것은 분명히 없다.
성격의 많은 부분은 우리가 가지고 태어난 ‘자원’이다. 본인의 성격에 아쉬운 측면이 있다면 자신의 자원을 잘 이해하고 활용해서 적절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성격은 ‘personality’를 번역한 것인데, 이때 personality는 어떤 사람을 그 사람으로 만드는 모든 심리적 특성을 가리킨다. 그래서 personality라는 용어에 대한 학술적 번역어로는 사실 성격보다는 ‘개인성’이 더 적합하다.
결국 어떤 사람을 그 사람으로 만드는 가장 중요한 개인성은 그 사람의 인생 이야기라는 것이고, 그래서 심리학에서는 인생 이야기를 ‘서사정체성narrative identity’이라고 부른다.
보통 자신의 성격(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특질)에만 관심이 많다. 그리고 자시의 성격을 아는 것이 자신을 잘 아는 것이라 잘못 생각한다. 우리가 진짜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 정말 알아야 하는 것은 인생 이야기다.
좋은 삶은 좋은 이야기로 완성된다.
문제는 MBTI 자체가 유형론적 성격 검사이기 때문에 연속변인으로 측정을 하고서도 다시 이분 변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외향성 점수의 평균이 3.1이고 내향성 점수의 평균이 2.9라면 이 사람은 외향적이라고 판단된다. 이 경우 외향성과 내향성 점수의 차이는 0.2에 불과하지만 검사 결과는 E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왜 늙고, 왜 죽을까? 수십 년을 썼으니 연골도 닳고 피부도 상하고 심장도 가끔씩 멈추는 것일까? 자동차도 10년 타기 쉽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마모 가설disposable soma’은 직관적이지만 진화적으로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조지 윌리엄스도 그렇게 생각했다. 진화의학의 태동을 알린 기념비적 논문이다.
유기체는 스스로 복원하는 능력이 있다. 따라서 필요하다면 영원히 늙지 않을 수 있다. 주로 클론으로 번식하는 단세포 생물 혹은 히드라 등의 강장동물은 사실상 늙지 않는다. 불멸한다. 우리 몸에도 불멸의 세포가 있다. 암세포다(물론 개체가 죽을 때 같이 죽지만). 따라서 닳아서 죽는다는 주장은 이상한 말이다.
85세 남짓한 평균 수명이 여전히 불만스러운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보다 오래 사는 포유류는 북극고래Bowhead whale 외에는 없다. 북극해의 추운 바다에서 살 자신이 없다면 수명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만족하는 것이 좋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류는 120살 이상 살도록 진화하지 않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장수 연구에 주력하는 제약바이오주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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